KBS기자협회 "'4분짜리 9시뉴스 사과' 누굴 위한 것이었나"

언론노조 KBS본부, KBS 같이노조도 비판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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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뉴스9’를 통해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 앵커 리포트를 내보낸 것에 대해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가 크다”는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앵커리포트 보도 전 기자들의 우려를 전달했던 KBS 기자협회가 16일 보도본부 책임자들의 설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른바 ‘탈진영’을 내세운 KBS 같이노조도 “나쁜 선례가 상식을 넘는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4일 박민 KBS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KBS제공

앞서 KBS 뉴스9는 지난 14일 박민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편파 보도”로 꼽은 보도 4건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씨 9시뉴스 출연 △오세훈 후보 처가 땅 검증 보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그대로 열거한 앵커리포트를 당일 보도했다. 박장범 뉴스9 앵커는 해당 앵커리포트에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시청자들께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어 앵커리포트에 대해 “9시 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며 “홈페이지에서는 원고와 바이라인도 없다. 그간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보도의 내용이 사장의 사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한 점에 주목한다. 보도 자체를 사장이 주문했는지, 최소한 무언의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될 정도”라며 “시청자들에게 고별 멘트도 없이 내려온 메인뉴스 앵커, 내부 구성원들과의 협의 한번 없는 이례적 9시 뉴스 사유화, 사장 취임 불과 이틀만의 벌어진 일”이라고 우려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 당시의 상황과 이유, 필요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앵커리포트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KBS 기자협회는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보도로 알려진 ‘오세훈 후보 처가 땅 검증 보도’는 검찰이 취재기자와 오세훈 시장 모두 불기소 처분한 사안이고,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의 경우 양쪽의 입장을 분량까지 고려해 균형 있게 담아 여당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BS 기자협회는 보도본부 책임자에게 △해당 보도에 담긴 사례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으며, 누가 원고를 썼는지 투명하게 설명 △해당 보도가 제작돼 방송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자 측의 사과 △향후 유사 보도, 구성원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사전에 실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등을 요구했고, KBS 사측에도 △사장이 이야기한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발표 △이른바 ‘오보 재발 방지·진상 규명 백서’ 발간 시 공정성 기준에 대한 점검 등 모든 단계에 실무자의 참여 보장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전례 없는 수위의 부당한 과징금 처분에 대해 절차적, 법적 대응 등을 촉구했다.

이날 KBS 같이노조도 성명을 내어 문제가 된 앵커리포트에 대해 “이례적인 4분의 긴 시간동안 구체적 사실관계를 다투기 보다는 당시 앵커멘트와 짧게 편집된 리포트를 열거하는 식이었다”며 “사실관계 파악과 평가, 당사자 의견 청취 절차 없이 우리 스스로 ‘불공정하다’고 낙인찍는 것은 ‘민감한 일은 피하라’는 메시지를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KBS 같이노조는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 당일 편성 취소 결정, 메인 뉴스 앵커 당일 하차 통보 등 KBS 내 일련의 사태도 언급했는데 “사장 취임 첫 주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 회사는 전에 없는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벌써 회사를 떠나거나 떠날 기회를 찾고 있다”며 “편성규약 절차를 어긴 갑작스러운 결정에 수많은 프리랜서 제작진들은 수입원이 끊긴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뀔 때마다 앵커는 당일에 경질하고, 못마땅한 프로그램은 곧바로 폐지하고, 과거 보도를 사과하는 일이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선거 검증 취재와 데일리 시사프로그램 제작은 KBS의 기피 1순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5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내어 해당 앵커리포트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공정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본부는 “해당 리포트가 방송된 경위와, 내용의 적절성을 따져 묻기 위해 긴급 공방위를 요청한다”며 “KBS 보도에 대해 지속적인 폄훼 행위를 하고 있는 박민 사장은 긴급 공방위에 직접 나와 사과하고 재발 대책을 내놓아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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