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박민 사장이 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열거한 보도 공정성 훼손 사례 4가지를 당일 밤 메인 뉴스프로그램인 ‘뉴스9’를 통해 내보냈다. KBS기자협회가 방송 전에 해당 기사에 오류나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 절차가 없었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무시됐다.
‘뉴스9’는 이날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이란 4분 남짓의 앵커 리포트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후원금 사기 혐의를 받고 도피한 윤지오씨 9시뉴스 출연 △이른바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관련 보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로 꼽았다.
뉴스9 박장범 앵커는 앵커멘트에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시청자들께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장이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말하고 뉴스9가 공식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면서 ‘검언유착’ 관련 보도 등 4가지는 불공정한 KBS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낙인찍혔다. 해당 기사를 놓고 공정성 훼손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왜 이 보도가 불공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해당 보도에 관여한 기자와 데스크들에게 반론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KBS 38기 기자 14명이 15일 연명으로 성명을 낸 이유이다. 38기 기자들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자사 보도를 불공정했다고 스스로 선언할 정도라면 최소한 불공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은 “지난 수년간의 KBS 보도가 완벽했다거나 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저희 스스로 뼈아프게 느껴질 만한 오보가 있었고, 작지 않은 실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수뇌부가 제기하는 정파성이나 불공정성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이는 기자가 사실이 아님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세력에게 도움을 줄 의도를 가지고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들은 또 뉴스 9 앵커 리포트가 “평기자들이 아는 한에서 ‘공개적 논의’ 없이 뉴스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뉴스9’ 방송 전 △해당 기사에 오류나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 절차가 일체 없었던 점 △앵커리포트 진행시 작성한 기자들에게 아무런 반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 △불공정 보도라는 단정의 근거와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점 등의 우려를 기자협회를 통해 사측에 전달했지만, 그대로 대국민 사과 방송이 진행됐다”고 했다.
기자들은 “어제 뉴스 9 앵커멘트는 해당 보도에 관여된 기자와 데스크, 더 나아가 KBS 기자들이 그동안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보도를 해왔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느껴진다”며 “과연 어떤 부분이 정파적이었고 그 근거는 무엇이며 판단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또 그 판단 기준은 구가 어떻게 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라면 새로운 수뇌부가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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