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면톱 '판사 인권위 진정', 1·2면 걸쳐 '바로잡습니다'

["윤리 위반"... 이례적 1면 '바로잡습니다']
해당 기획, 이틀 전 1면톱 실었지만
복수 취재원 통한 확인과정 없었고
팩트 사실관계도 틀린 것으로 확인

사회부장 "정정 빠를수록 좋아 하루만에 게재"
재발방지 대책 관해선 "내부 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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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지난 28일자 기사 <“재판 왜 많이 시키나” 인권위 달려간 판사>에 대해 30일 신문 1면에 ‘바로잡습니다’를 게재하고 경위와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조선은 그간 꾸준히 ‘바로잡습니다’를 실어왔지만 1면에 ‘바로잡습니다’가 실린 사례는 드물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신문 1·2면 각각에 <‘배석판사의 인권위 인정’ 기사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법원·인권위 관계자들에게 사과드립니다>를 실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이 같은 오보 정정이 이뤄졌고, 다음날 신문에도 포함된 것이다. 지난 28일자 신문 1면 톱으로 나간 <“재판 왜 많이 시키나” 인권위 달려간 판사> 기사가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한 것이기에 이를 바로잡는다”는 요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권위와 법원 관계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30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바로잡습니다'.

해당 ‘바로잡습니다’에 따르면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21일 한 법조인으로부터 “재판 업무 가중을 이유로 배석판사가 부장판사를 상대로 진정한 사건이 인권위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지방법원 배석판사들 간에 1주에 3건 이하로만 선고하기로 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한 배석판사가 ‘당사자가 시인해 판결이 어렵지 않은 사건은 예외로 하자’고 한 부장판사를 인권위에 진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인 22일 기자는 인권위 내부 관계자에게 그와 같은 진정 사건이 접수됐는지를 취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했고, 27일 통화에선 “조사 중인 거죠”, “언제쯤 접수됐는지는 알아보기 어렵다” 등의 답을 했다. 이를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기사가 작성됐고, 28일 인권위 홍보협력과는 “확인 결과 보도된 진정은 접수된 바가 없다”고 밝혀왔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30일자 신문 1면에서 2면으로 이어진 '바로잡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자는 인권위 취재원 한 명의 진술을 지나치게 신뢰했다”고 지적하며 “본지 취재 윤리규범은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쓴다. 사실여부는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권위 언론 담당 공식 채널인 홍보협력과, 대법원에 사실확인과 반론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거론하며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져 이중삼중의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국장과 부장 등 데스크 역시 편집과 제작과정에서 취재 규범 준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8일자 신문 1·3면에 <“재판 왜 많이 시키나” 인권위 달려간 판사>, <운동대회 나간다고, 이혼했다고...“3개월간 재판 못하겠다”>, <신규 임용된 판사도 업무 많은곳 걸리면 곧바로 휴직계 제출> 기사 등을 실어 ‘일은 덜하고 여가는 더 즐기려는 젊은 판사 및 최근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엔 “주말에도 사건 기록을 검토하려고 법원에 나오는 판사들도 많다. 하지만 일을 안 하거나 적게 하려는 판사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란 표현과 더불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실력과 업적을 통한 승진 시스템이 사라진 법원의 인사제도가 원인이란 한 법조인의 발언도 담겼다.

지난 2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재판 왜 많이 시키나” 인권위 달려간 판사> 기사.

이번 ‘바로잡습니다’는 이 같은 기획의 시작이 된 팩트의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확인돼 나왔다. <“재판 왜 많이 시키나” 인권위 달려간 판사> 기사엔 “한 지방법원 배석판사 A씨가 재판부의 부장판사를 상대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판결 선고를 더 늘리라고 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현직 판사가 업무 부담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을 낸 전례는 없다”고 적시됐다.

최재혁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30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이번 ‘바로잡습니다’에 대해 “오보 정정은 당연한 거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정정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 (하루 만에)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 1면에 정정 내용이 실린 데 대해선 “(애초 기사가 들어갔던) 그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1면에 썼던 기사라 1면에 정정내용을 담는 게 합당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데스킹 과정에서 오보가 걸러지지 못한 특별한 상황이나 사정이 있었는지 질문에는 “취재 과정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고,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선 “내부에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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