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끝' 전세사기 피해, 미리 막는다

MBC '전국 깡통전세 감별기', KBS '악성 임대인 연결망' 탐사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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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우리 언론은 ‘전세사기’와 관련해 1800건이 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검색 기준) 그리고 올해 들어선 1,2월 두 달 동안 나온 보도량이 이미 지난 1년치를 넘어섰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커지고, 이에 정부와 경찰이 특별단속과 피해 지원책 등을 집중적으로 편 결과다. 언론도 날로 조직화·지능화되는 전세사기 수법을 추적하고, 구조적인 문제와 국가의 책임 등을 지적하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젠 전세사기 실체를 고발하는 데서 나아가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경고를 전하는 시도들로 이어지고 있다.


MBC는 지난 14일 ‘전국 깡통전세 감별기’를 공개했다. 현재 내가 사는 집, 혹은 이사할 집의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산출해 깡통전세 위험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2022년 전국의 모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단독·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제외)의 전세·매매 실거래가 자료 94만 건을 전수조사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MBC 기획탐사팀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 작업은 한국도시연구소와 같이했다. 손령 기자는 “모두가 우리 집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면서 “전셋집에 들어갈 때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세가율을 봐야 한다는 거나, 매매가가 얼마인지, 어디서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접근성을 높여 보자 했고, 단순히 검색 기능뿐 아니라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정부가 출시한 ‘안심전세’ 앱(app)도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로그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의 문제가 있다. MBC가 깡통전세 감별기를 만들면서 ‘쉬운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둔 이유다. 이용자 반응은 좋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전세 이사 전 꼭 확인하라’는 당부와 함께 널리 공유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이런 사이트가 미리 있었다면 이번에 빌라왕 사태처럼 대규모 부동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평했다. MBC는 올해 상반기 전세가율 데이터도 업데이트해 8월경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부터 연속보도로 ‘빌라왕(악성 임대인)’의 배후 조직을 규명해낸 KBS는 이번엔 ‘숨어 있는 빌라왕’ 추적에 나섰다. 전세사기 범죄 조직의 공통된 패턴을 추려서 전국 50채 이상의 다주택 임대인을 추적 조사,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과 사회연결망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을 이용해 ‘악성 임대인 연결망’을 완성한 것이다. 기존에 드러났던 전세 사기 조직원들은 물론 그들과 연계된 악성 임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 모두 176명을 확인해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176명 가운데 126명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위험 임대인’이란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 126명이 보유한 빌라는 2022년 11월 기준 1만5000채가 넘는다고 한다. 이만한 규모의 전세사기 피해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한울 KBS 탐사보도부 기자는 “터지면 이미 끝”이라며 “비정상적 부동산 거래 패턴이 나타나고 징후가 보이면 미리 막는 게 중요하다”고 이번 보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기사엔 “경찰이 해야 할 조사를 기자가 했네요”, “힘들게 밝혀낸 만큼 사법당국에서는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 등의 댓글이 달렸다. KBS는 위험 임대인 명단을 직접 공개하진 못하지만, 관련 데이터와 분석 방법 등을 정책 기관, 경찰 등과 공유하며 피해를 사전에 막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우한울 기자는 “경찰의 후속 조치와 정부가 사기 세력 준동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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