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취재 없이 쓴 '노조혐오' 보도, 기자 자신을 찌를 것"

언론노조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노조혐오 규탄 및 언론의 공정보도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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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족벌언론의 언론인들도 노동자입니다. 경제지의 언론인들도 노동자입니다. 그들도 노동조합 활동합니다. 해마다 임금교섭 때 되면 못 살겠다고, 임금 올려달라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들의 노동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노동조합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와 노조 할 권리마저 짓밟고 뭉개는 게 언론 노동자로서 살아갈 길입니까. 그렇게 노동을 짓밟고 칼처럼 겨눈 당신들의 펜 끝이 결국 어느 순간 당신들의 목을 겨누게 될 것입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건폭(건설현장 불법 폭력)’이란 용어까지 직접 만들어가며 노동조합에 대해 강경하고 적대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임원이 직접 노조 회계감사를 한다거나, 노조가 수천억원의 혈세를 받아 쓰면서도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도 대통령실로부터 나왔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현장 취재 없이 ‘대통령 발언’, ‘정부 발표’ 등의 형태로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족벌 보수 언론들과 자본 이익을 대변하는데 급급한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윤석열 정부 발 왜곡 과장 허위를 더욱 증폭시키는 반저널리즘 행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윤석열 정권의 확성기로 전락한 보수 족벌언론의 노조 혐오 보도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허상을 파헤치고 노동개혁의 근거로 내세우는 권력의 주장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소통도 거부한 채 노조혐오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의 틀어막은 눈과 귀를 향해 질문하라! 그리고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노동조합 죽이기에 가담하고 있는 당신의 펜 끝은 결국 흉기가 되어 언론노동자, 당신과 우리 자신을 찌르고 말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7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노조혐오 규탄 및 언론의 공정보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도 이날 발언을 통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기본을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국가로부터 연간 수천억 원의 혈세를 지원받는다는 대통령 (발언) 보도 사실인가. 그대로 인용 보도해 놓고 이 발언이 사실인지 왜 따져 묻고 검증하지 않느냐”면서 “노동조합에 대해 쏟아내는 근거 없는 혐오와 적대를 검증하고 질문하고 확인하라. 그리고 기사를 쓰고, 비판을 하든 옹호를 하든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노동조합이 치외 법권 지역은 아니다. 사회적 상식이 관여하고 간섭하고 또 규제해야 할 곳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그 상식을 넘어선다면 그것은 이상하고 위험하다는 것이고, 지금 그 이상하고 위험한 지경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탄압 나랑 상관없는 일?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

오승훈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한국 민주주의를 여기까지 이끈 원동력이 바로 노동운동이었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노동운동을 이렇게 탄압한다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노조에 대한 탄압이 우리 중 누구와도 무관치 않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시민 여러분, ‘노조가 탄압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문제 없잖아’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탄압되는 걸 용인한다면 결국 여러분들의 민주주의가 어느 순간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별도의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노동조합을 비리의 온상으로 묘사하거나 △노동현장 취재와 법률 확인조차 없는 보도 △정부 주장에 기대어 노동자의 분열을 조장하는 사례 등을 공유하며 “모든 언론사와 기자에게 취재와 보도의 원칙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는 반박은 객관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면죄부를 줄 뿐”이라며 “무엇보다 이런 보도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정책 발표를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를 도리어 ‘편파적’이라 여기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란 권력과 자본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라며 “노동조합이든 시민단체든 한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지 논의하고 토론할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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