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찍어내기' 전방위 압박… 흔들리는 방통위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직원 구속 이어 한상혁 위원장도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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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고의감점 의혹’으로 불거진 전방위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 당시 재승인 심사를 담당했던 방통위 직원들과 심사위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한상혁 위원장도 입건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상혁 찍어내기’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방통위 내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지난 16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정부과천청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3년 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TV조선 점수를 고의로 낮춰 수정하는 과정에 한 위원장이 관여했다고 본 것이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의혹으로 지난해 9~12월 방통위를 세 차례 압수수색했던 검찰이 한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고의감점 의혹’으로 불거진 전방위 압박에 방통위 직원들과 심사위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입건돼 방통위 내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의감점 의혹은 지난해 6월 감사원이 방통위 감사에 착수하면서 떠올랐다. TV조선은 지난 2020년 방통위가 실시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을 받았다. ‘재승인’ 기준점(650점)은 넘었지만 공적책임·공정성 등 중점심사 항목에서 0.85점 차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때 일부 심사위원이 TV조선 점수를 고의로 낮게 수정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자료를 건네받은 검찰은 초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냈다. 넉 달 동안 3차례에 걸쳐 방통위를 압수수색 했고, 올해 들어선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를 담당했던 방통위 현직 A 과장과 B 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혐의사실이 소명된다”며 지난달 11일 A 과장, 지난 1일엔 B 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20일 두 사람을 각각 구속기소 했다. A 과장은 심사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에게 TV조선 평가점수를 알려주고 이를 낮춰 수정하도록 요구한 업무방해 혐의, B 국장은 심사위원장에게 알려주고 점수를 조작하도록 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는다. 2020년 재승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C 교수도 TV조선 점수를 고의로 감점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한 위원장 역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로도 감찰받고 있다. 지난달 3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방통위 현장 감찰에 나섰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직접 방통위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번 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방통위가 직면한 일정들을 제때 소화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방통위원 구성도 변수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위원 5명 중 위원장 포함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대통령 소속 정당이 1명, 그 외 정당이 2명을 추천한다. 당장 다음달 30일 임기가 끝나는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을 두고 어느 당이 추천해야 하는지 여야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안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인사다.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현 시점 야당의 몫을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추천인 만큼 여당이 추천해야 한다고 맞선다. 다른 위원들의 임기도 빠르면 4월, 늦어도 8월 안으로 모두 종료된다. 한 위원장의 임기도 7월31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TV조선 재승인 심사가 4월로 예정돼 있다.


전방위 압박 속에 위원 구성까지 난항이 예상되면서 내부에선 걱정이 크다. 방통위 한 직원은 “올해 종편 재승인과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정상적으로 처리한 업무라도 정권이 바뀌면 다르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며 “열심히 일한 동료들이 구속되는 걸 지켜보면서 술렁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방통위노조 게시판에 “우리 직원 누구든 그 자리, 그 업무를 맡았다면 이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지 않았을까”라며 “내가 그 상황이라면 지난 조직 생활의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억울함에 몸서리칠 것 같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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