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태원 참사' 없도록… 사실의 조각 모아 기록

경향·연합·한겨레, 타임라인 게시
현장과 기관 등 대응 여부 총정리
한겨레21, 당시 상황 지도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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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인 수많은 추모 메시지들의 내용은 한결같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들을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진다. 심지어 왜곡도 일어난다. 제대로 기억하려면 결국 기록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사회적 재난, 참사가 일어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기록이다.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다시는 그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다.


지난 10월29일, 15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던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고 조금이나마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최근 일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져 묻고 희생자들의 소중한 삶을 차분히 정리하는 일이다. 참사가 터질 때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자연스레 따라붙는 요즘이지만, 그 한쪽에선 묵묵히 사실의 조각을 모아나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공개한 특별 웹페이지 ‘이태원 참사 타임라인 그날의 기록’은 그 중 한 예다. 한겨레는 이 웹페이지에서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 상황과 국가의 대응을 시간 순서를 따라 정리했다. 첫 112 신고가 들어온 10월29일 오후 6시34분부터 대통령 대책회의가 열린 10월30일 오전 2시30분까지, 8시간 동안의 진행 상황을 112·119 신고 녹취와 소방 무전, 구조 상황 보고서 등 정부 자료와 한겨레 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장필수 한겨레 기자는 “저희 회사 정은주 선배가 세월호 참사 취재를 오랜 기간 하셨는데, 그때 여러 정보를 취합해 기록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하시더라”며 “실시간 속보나 새로운 사실관계에 집중해도 그런 내용은 다 흩어질 뿐, 모든 기관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나중에 유족들이 국가 배상을 청구할 때 이런 자료를 들고 소송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 자료를 우선으로 하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취재한 정보를 넣어 타임라인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장 기자에 따르면 기록을 모두 취합하고 기사를 쓰는 데에는 거의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때까지 나왔던 모든 기사와 자료를 빠짐없이 보고, 엑셀에 기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총 46개 장면과 115개의 시점으로 타임라인을 촘촘히 구성했다. 특히 단 건으로 기사를 썼으면 보이지 않았을 책임 있는 기관들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었다. 한겨레는 “중환자가 먼 병원으로 이송되고, 사망자는 안치될 장소조차 찾지 못한 혼란은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냐면서 “되짚어본 시간은 더 절박하게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이태원 참사 당일 각 기관별 대응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지난 2일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이태원 참사’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서다. 경향신문은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 얼마나 빠르게 참사를 인지했는지, 기관장에게 전달되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였는지, 모든 기관이 전면대응에 나선 것은 언제였는지”를 타임라인을 통해 보여줬다. 또 참사 당일 경찰 배치 상황과 용산경찰서 및 용산구청의 대비가 왜 허술했는지도 간결하게 정리했다. 연합뉴스 역시 재난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타임라인을 메인 페이지에서 선보였다.


참사 당시 상황을 지도로 구현한 언론사도 있다. 한겨레21은 참사 당일 현장을 찾았던 시민들이 이태원 곳곳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모아 최근 ‘시민참여형 지도’를 만들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의 눈으로 참사 직전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한겨레21은 일종의 ‘예고편’으로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의 CCTV 영상과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상인 8명의 사진·영상과 행적도 지도 위에 표시했다. 다만 참사 직후 희생자 모습이나 구조 활동이 담긴 기록은 제외했다.


류석우 한겨레21 기자는 “지난해 프로퍼블리카가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 시간대별로 구성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저도 그런 취지에서 기획을 했다”며 “SNS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쓰기 위해 100명 넘는 분들께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다. 애초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영상과 사진을 올릴 수 있는 형태의 페이지를 생각했지만,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워 시민들 제보를 받은 후 추가적으로 지도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최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도 싣기 시작했다. “추상화로 뭉뚱그려졌던 이야기를 세밀화로 다시 그려내”자는 취지다. 한겨레21은 최근호에 실린 故 이상은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가족들의 사연과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상처 입는지를 차례로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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