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국회 과방위 통과

야당 단독 의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퇴장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조와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잇달아 의결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2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청래 위원장이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개정안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정치권이 추천하는 이사회를 대신해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반영한 21명의 위원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동안 KBS, MBC, EBS 이사회는 여야가 7:4, 6:3 등의 비율로 이사를 추천하며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였다.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5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기자연합회(2명) △한국PD연합회(2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2명)에서 추천한 위원들로 운영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또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21명의 이사회 인원 중 2/3 찬성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게 했다.

과방위 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개 법안 의결 직후 “방송법 개정안은 수십 년간 방송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방송을 정권의 품이 아니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고자 하는 방송 민주화의 일환이다. 방송은 방송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후보국민추천제를 통해 사장 후보를 공모 받고, 이사회에선 21명의 이사가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게 된다”며 “방송인들의 숙원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법안 통과에 항의하며 의결 직전 퇴장했다.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개악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거짓을 거짓으로 덮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며 “아울러 여당 시절 손 놓고 있던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이 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도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과방위는 지난달 29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방송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이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의결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1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입법 횡포”라며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시 여야 의원 6명으로 구성, 최대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 그러나 1일 오후 열린 안건조정위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개정안이 의결되며 법안은 자연스레 2일 과방위 전체회의로 회부됐다.


이날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이다. 다만 법사위 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라 개정안이 막힐 가능성이 크고, 만약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 과반수인 야당이 법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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