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콘텐츠 유료화 '실험'에 우선순위 둔다

유료화 첫 걸음 '더 중앙 플러스' 론칭
중앙 측 "수집 데이터로 이용자 분석"
가격 월 9000원대 책정
총 30개 유료 콘텐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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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디지털 뉴스 유료화 모델, ‘더 중앙 플러스’를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을 가장 먼저 실행했던 중앙일보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끝에 혁신의 종착지인 유료화를 향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번 유료화는 전체 콘텐츠가 아니라 일부 콘텐츠에 부분적으로 적용되는 ‘프리미엄 페이월(Free mium paywall, 무료(free) 콘텐츠와 고급 콘텐츠(premium)를 구분해 서비스)’ 방식이지만 국내 기성 매체가 이 정도 규모의 디지털 뉴스 유료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6일간의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친 뒤 지난 17일, 정식으로 더 중앙 플러스의 시작을 알렸다. 중앙일보는 알림 등을 통해 “더 중앙 플러스는 중앙일보의 전문 취재 역량을 통해 뉴스에 관점을, 사실에 통찰을, 정보에 취향을 더했다”며 30개의 유료 콘텐츠 목록과 월 9000원 수준의 서비스 가격 등을 안내했다. 오픈 기념으로 다음달 14일까지 더 중앙 플러스 구독자 전원에게 1개월 무료 체험권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더 중앙 플러스의 세부적인 내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와 가격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서비스를 수정·보완해나가겠다는 중앙일보의 의지가 강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실제 중앙일보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와의 질의응답에서 “이제 시작일 뿐, 다양한 이용자 피드백을 받고 끊임없이 개선 방안을 찾아 변화해 갈 것”이라며 “더 중앙 플러스 런칭과 동시에 이용 데이터 수집과 분석도 시작했다.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를 연구하고, 수요에 맞춰 콘텐트와 서비스를 수정·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0개의 콘텐츠 목록, 보이지 않는 독자층

중앙일보는 더 중앙 플러스를 선보이며 30개의 유료 콘텐츠 목록을 공개했다. ‘로그인 월’등을 통해 확인한 독자 데이터를 반영, 6개의 관심사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아래 4~6개씩 콘텐츠를 배치했다. 이 중 기존에 존재했던 콘텐츠는 7개로, ‘팩플’ 시리즈와 ‘앤츠’ 시리즈, ‘hello! Parents’, ‘골프 인사이드’ 정도다. 다만 중앙일보 관계자는 “이미 상당한 팬이 있고 인지도가 있는 서브 브랜드는 브랜드 연속성을 유지했으나 서비스 및 콘텐트를 기존과 다르게 바꿨다”면서 “예를 들어 팩플의 경우 기존의 주력 상품인 뉴스레터를 팩플 콘텐트의 프리뷰나 요약을 제공하는 형태로 바꿔 구독자에게 발송하고, 더 중앙 플러스엔 팩플 오리지널, 팩플 인터뷰 등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즉, 유료화를 위해 30개 콘텐츠 전체를 사실상 새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콘텐츠 목록에선 중앙일보가 어떤 독자를 끌어들이고 싶은지 명확한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수만 연구’, ‘백성호의 예수뎐2’, ‘주말 댕시피’ 등 콘텐츠 각각엔 목표로 삼은 독자가 존재하지만 이를 다 모았을 땐 어느 세대와 성별, 소득수준의 독자를 끌어 모으고 싶은지 분명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지에서 디지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중앙이 목표로 한 독자층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특정 세대는 아닌 것 같다”며 “콘텐츠 성격으로 봐선 기사를 헤비하게 보는 사람도 아닌데, 그렇다고 마냥 캐주얼하지도 않다. 중앙이 유료 독자의 페르소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보다 우선 백화점식으로 콘텐츠를 나열하고 어떤 독자가 돈을 지불하는지 파악해보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콘텐츠를 없애거나 추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콘텐트 개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향후 이용자 니즈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더 중앙 플러스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이용자 반응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콘텐트를 IN&OUT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합 모델과 유료화 전환율에서 보이는 실험적 성격

이용권 종류와 유료 구독자 목표치에서도 더 중앙 플러스의 실험적 성격은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서비스를 오픈하며 콘텐츠 등급을 ‘PLUS FREE(누구나 이용)’, ‘회원전용(로그인한 독자만 이용)’, ‘구독전용(로그인을 하고 지면 구독을 하는 독자만 이용)’, ‘PLUS(로그인을 하고 이용권을 구매한 독자만 이용)’ 4단계로 나누고 이용권 종류도 5개로 다양화했다. 이에 따라 더 중앙 플러스 구독 외에도 기존 지면 독자나 신규 지면 독자, 또는 뉴욕타임스나 폴인과 결합해 이용하고 싶은 독자들이 할인한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제 결합 상품의 경우 가격적 이점은 그리 크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를 예로 들면 현재 NYT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본요금은 첫 1년 할인 혜택을 받을 경우 연간 20달러(한화 2만8400원)이고 1년 이후엔 60달러(한화 8만5300원)인데, 더 중앙 플러스와 NYT의 결합 상품이 연 19만4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NYT를 장기 구독한 독자에게만 유리할 수 있는 가격이다. 폴인 역시 마찬가지다. 즉, 이 가격만으로 많은 독자들을 끌어당길 수는 없고 아주 소수의 시드 독자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NYT와의 결합 상품은 그 자체로 수익을 올리고 저변을 확대하는 용도보다 이번 유료화의 지향점이 유료 구독의 상징인 NYT이고, 동시에 중앙이 같은 급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후광효과를 노린 것 같다”며 “폴인 결합도 비 저널리즘 분야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람 중 일부라도 끌어들여 뉴스 콘텐츠를 맛보게 하려는 것 같다. 어디에서 터질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다양하게 뻗어놓고 그 다음에 집중과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합 상품이 아닌 기본 이용권의 가격은 사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상요금 1만5000원에 오픈 기념으로 할인한 가격이 월 9000원인데, 다른 구독 모델과의 가격 비교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성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앙일보 관계자도 “월 2만원의 신문 구독료와 국내외 유료 구독 콘텐트의 가격대 등을 기초로 소비자 조사, 심층 인터뷰(FGI)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유료화 전환율과 목표치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구독 가격은 기본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목표 수익이 존재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결제가 가능한 사람 수를 나누는 역산 모델을 통해 설정한다”며 “일반 사용자 중 (유료 전환 비율이) 1~3%면 괜찮은 수준이고 최대 10%까진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중앙일보의 유료 구독자 목표가 1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계산하면 월 9000만원, 연간 10억8000만원 수준이다. 중앙일보 규모를 생각한다면 목표 구독자 수나 금액 역시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우리가 디지털 퍼스트를 하려 했던 이유

내부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더 중앙 플러스를 출시하며 흔히 할 법한 확장대회 성격의 내부 행사는 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기업들에 가입을 강요할 수도 있을 텐데 데이터 오염을 안 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시도가 잘 안 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보다 제대로 된 독자 데이터라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이번 30개의 선발대 콘텐츠 이후를 준비하려는 조짐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다른 기자는 “후발대를 지금 조직하려는 분위기인데 너무 기자들을 쪼면 부작용이 나올 수 있으니 윗선에서 그나마 좀 자제하는 것 같다”며 “조직 내부에선 일부 구성원이 아니라 결국 모두 다 유료 콘텐츠를 생산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기사 단말기 등도 유료, 무료 속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중앙일보의 조직개편에서도 그런 신호는 읽힌다. 중앙일보는 당시 편집국 경제산업디렉터 아래 ‘팩플팀’과 ‘S팀’, ‘K엔터팀’을 편제하며 이들 팀은 유료 콘텐츠 제작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공지했다. 별도의 유료 콘텐츠팀이나 국을 신설한 것이 아니라 이들 팀을 편집국 내부에 섞여들게 하고, 한편으로 유료 콘텐츠‘만’ 제작하지는 않게 한 것이다. 이를 연장해보면 추후 편집국 내부의 어느 팀이든 경중만 있을 뿐 유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중앙일보는 유료화를 준비하며 이러한 시도를 단기간에 마무리 짓는 ‘깜짝쇼’가 아니라 길게는 3~5년을 내다보며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 실험이 더 중앙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이제 시작됐고, 단번에 성공하기는 여러모로 어려워 보이지만 유료화의 닻을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유료화 상품을 출시하고 모멘텀을 만드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을 재교육하고 마인드를 갈아엎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며 “PV가 아니라 상품군마다의 유료 가입자, 구독 증감 등의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을 파악하는 경험은 NYT가 잘한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 유료화는 디지털 변혁에 대한 의지가 희석되는 시기에 우리가 이래서 디지털 퍼스트를 하려고 했지, 하는 이유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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