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들어간 기자, 청년 채무자와 통화하다

[인터뷰]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기획보도한 한겨레 정환봉·김지은·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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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기획에는 수많은 빚진 청년들의 사연이 나온다. 기사엔 8년 전 대부업체에 100만원을 빌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구직난을 겪으며 원금의 두 배를 이자로 내고 있는 ㄱ씨, 아이가 태어난 뒤 생활비가 필요해 대출을 받은 김아무개씨, 대출 이자가 다 그 정도인 줄 알고 대출 중개업자를 통해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홍아무개씨 등이 등장한다. 기사 속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이 단순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빚을 진 게 아니라는 걸, 청년 빚에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같은 청년 부채의 실상은 기자가 3주 동안 대부업체에 취업해 추심 업무 상담사로 일하면서, 빚을 떠안고 있는 청년 16명과 20~30대 시절 진 빚으로 고통받아온 중장년 5명을 심층 인터뷰하며 파악한 결과다. 정환봉, 김지은, 김가윤 한겨레 탐사기획팀 기자들은 지난 9월13~21일 4차례에 걸친 <청년의 빚> 기획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기획 시리즈를 보도한 한겨레 탐사기획팀 기자들을 만났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가윤, 정환봉, 김지은 기자.


기자들이 취재에 돌입한 시점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1년 동안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때였다. 저신용 청년에게 채무 부담 정도에 따라 이자를 감면해준다는 제도에 대해 빚투(빚내서 투자)한 사람들의 부채를 왜 탕감해주느냐는 대중의 비난은 거셌다. 정환봉 탐사기획팀장은 “여러 언론사에서 청년 부채 관련 기획이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 도덕적 해이를 중점으로 소화가 됐다. 실제로 그런 건지 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며 “특정하게 어떤 한 가지 이유만으로 청년의 빚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김지은 기자가 대부업체 취업을 택한 것도 실제 청년 채무자의 처지가 어떤지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3주간 한 대부업체에서 하루 300여통의 독촉 전화를 했다. 그가 추심 업무를 받은 청년 채무자 상당수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며 이미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갚은 장기 채무자였다.


김 기자가 대부업체에 들어가 취재한다고 하자 ‘아무도 모르게 어디 끌려가는 거 아니냐’고 주위 사람들은 걱정했다. 김 기자는 “저도 걱정을 안했던 건 아니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일해 보니 제도권 내 업체라 일반 회사와 크게 다름이 없었다. 그보다는 전산에 채무자 본인이 돈을 갚지 못하는 이유를 해명하기 위해 내줘야 하는 개인 정보, 사생활들이 굉장히 방대하다는 것에 놀랐다”며 “좋은 일자리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어떻게든 돈 벌어서 갚을 수 있지 않냐’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청년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메시지가 올 정도로 독자들의 좋은 반응이 나왔지만, 여전히 ‘몇 백만원 못 갚은 게 말이 되냐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번 취재를 통해 부채의 늪에 빠져 미래까지 가로막힌 청년들의 사례를 목격한 기자들은 청년 부채 문제를 “사회적 침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빚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한 김가윤 기자는 “취재 전엔 빚을 진 사람들의 사례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각자의 이야기가 너무나 다양했다”며 “청년 채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욕 먹을까봐 굉장히 두려워하고 자신의 빚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걸, 도움을 받아야 해결되는 문제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저희 기사를 통해 다른 청년들도 이 문제를 많이 알고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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