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문의 촛불시위 관련 보도가 촛불시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간 공조파기의 원인 제공자로 촛불시위에 그 책임을 전가하거나 제안자의 ‘자작기사’ 사건을 빌미로 촛불시위의 순수성에 흠집을 내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자 사회면 머릿기사 ‘추모서 반미로…촛불시위 순수성 논란’에서 촛불시위를 한 네티즌에 의한 ‘여론 자작극’이라고 규정하며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에서는 “촛불시위 자작극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에 인터넷을 매개로 한 신종 무브먼트리즘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9일자 사설 ‘인터넷언론 윤리, 이 수준인가’에서는 “거짓여론을 바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결과적으로 반미집회로 이어졌고 한미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8일자 ‘촛불시위 첫 제안자 앙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게시판에 글 올린 뒤 남의 글인양 기사로 써’라는 기사에서 “‘촛불시위 자작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9일자 후속보도에서는 인터넷언론에 대해 여론조작이나 대중선동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잘못된 기사쓰기’ 방식을 ‘촛불시위의 순수성 논란’으로 몰고가는 것은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앙마’건은 기자윤리 차원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지만 촛불시위의 순수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비약”이라며 “동아일보는 촛불시위 제안과 촛불시위의 본질을 일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성명을 통해 “김기보씨의 ‘시위제안 과정의 문제’로 촛불시위와 전국민적 소파개정 요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말라”며 “김씨가 문제제기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지만 촛불시위는 매우 유효한 문제제기”라고 주장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대위측은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동우 동아일보 사회부장은 “기사가 촛불시위의 본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촛불시위를 한쪽으로 몰고가려는 일부 세력이 있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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