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지값·잉크값·운송비 3중고… 더 졸라맬 허리도 없다

물가 급등에 신문 발행 관련 고정비 껑충
고민 커져가는 신문사 "감부·감면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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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용지값 인상으로 연간 20억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할 거라고 본다. 유가도 올라 운송비까지 인상됐는데 한꺼번에 들이닥치니 감당이 안 된다.”(A 경제지 경영 담당자)


신문용지·잉크값, 운송비 등 신문 제작비가 연달아 오르며 신문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신문사에선 급격한 제작비용 인상에 대비해 발행부수를 줄이거나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문사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신문제작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문용지 가격 인상이다. 지난해 9월 대한제지,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등 제지 3개사는 신문용지값을 톤당 10% 인상한 데 이어 지난 5월 또 다시 약 10%(7만~7만5천원) 인상을 통보해 제지사와 신문업계간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달 1일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용지값이 10% 인상될 경우 100만부를 발행하는 신문사는 연간 39억원, 50만부를 발행하는 곳은 19억5000만원의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지사들 하반기 또 인상 가능성... 광명잉크, 신문사에 14~19% 통보

결국 지난달 30일 10%에 못 미치는 톤당 약 6만원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신문사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제지사에서 언제 또 인상 통보를 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정훈 세계일보 기획국장은 “신문사에선 용지값 인상을 한두 달 정도 미루자고 이야기했지만 제지사들은 6월까지 인상을 고집했다. 그래야 하반기에 한 번 더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제지사 입장에선 하반기에 한 번 더 올려야 올해까지 본인들이 계획한 적정한 인상 폭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잉크값도 인상됐다. 신문잉크를 생산하는 2개사 중 광명잉크는 6월부터 잉크를 각각 약 14~19% 인상하겠다며 신문사에 지난 5월 통보했고, 한국신문잉크도 이달부터 각 신문사와 가격 인상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에서 각 지국으로 신문이 배송되는 운송비도 올랐다. 서울신문은 올해 발송비 6%를 인상했고, 한겨레신문도 운송업체의 인상 요구로 6월부터 운송비를 올렸다. B 중앙일간지의 경우 1500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 기름값이 오르면 업체에 일정 부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급등에 신문사들이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건 발행부수나 발행면수를 줄이거나 토요판 폐지 정도다. 신문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 6일 발행 기준, 1만부를 줄이면 6~7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C 중앙일간지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10만부를 줄여나가 60~70억원의 비용을 아낀 것으로 알려진다. B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부수 또는 면수 등 발행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안재승 한겨레 상무도 “그동안 신문사들이 유가 부수보다 과도하게 신문을 인쇄한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한겨레는 현 사장이 취임한 2020년 3월부터 적정부수만 찍기 위해 감부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감부·감면은 자연스러운 추세였지만, 이번 신문용지값 인상으로 그 움직임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신문은 올해 연말까지 1만부를 감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유료 독자는 유지하고, 최대 1만부 정도의 무가지를 줄이는 대신 신문지국에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려는 계획”이라며 “3억2~30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발행하는 부수에선 꽤 높은 비율인데 경영진이 발행부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접자는 결단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문용지 원료로 쓰이는 ‘신문고지’, 박스·포장재 수요 늘며 값 더 뛰어

여전히 발행부수가 사세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문사들이 감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D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부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신문사마다 일정 수준의 부수를 발행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이 있을 테지만, 구매·관리 부서에선 줄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어 “신문구독료를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부분 구독료를 몇 년 만에 2만원으로 올렸는데 여기서 더 올리면 이탈이 되니 구독자에게 전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감부·감면 이외의 대책 마련은 신문사에게 남은 숙제다. 제작 단가, 구독료로만 따지면 이미 신문은 발행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다. 신문용지로 쓰이는 신문고지가 종이박스, 종이 포장재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한 골판지 시장으로 대체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신문사는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신문제작비 인상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정훈 국장은 “제지사 입장에선 값이 너무 오르니 파지(고지)를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신문 산업은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제지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상생기구 등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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