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정보는 No~ 구독자 지갑 여는 '지식 교양 콘텐츠'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독립 채널… MBC '14F' 뉴스레터 구독자 급증
EBS, 세계 석학들 강연 단돈 9.99달러에… "실질 도움되는 콘텐츠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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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년 10월, 네이버가 지식검색 서비스 ‘지식IN’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후발주자로 다음, 야후코리아 등에 뒤처졌던 네이버는 지식인의 성공으로 단숨에 검색 포털 1위에 이어 포털 분야 1위를 꿰찼고, 이후로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높여가며 2위 사업자와 ‘초격차’를 벌렸다.


#2. 지난해 12월 유튜브는 한 해 동안 한국 유튜브를 휩쓴 트렌드를 8가지로 요약해 발표했다. ‘피식대학’ 등 개그맨 크리에이터들의 ‘부캐 열풍’,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으로 대표되는 ‘역주행’ 등이 꼽혔는데, 그중 네 번째가 ‘지식정보형 채널의 부상’이었다. 유튜브 코리아가 뽑은 ‘2021 최고 인기 채널’ 10위 안에 ‘슈카월드’, ‘지식한입’ 등 ‘에듀테이터’들이 이름을 올렸고, ‘2021 급성장 채널’에는 ‘1분만’, ‘지식해적단’, ‘김지윤의 지식Play’ 등이 꼽혔다.

지난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낸 유튜브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96%가 유튜브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수집한다고 답했고, 유튜브를 사용하는 교사의 72%가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과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이런 인식은 더 강화됐으리라 추정된다. 유튜브만이 아니다. 정보와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 사람들은 여전히 ‘도움 되는’ 정보에 목말라 하고,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런 채널 혹은 미디어를 구독하거나 때론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최근 여러 언론사(미디어)가 디지털 기반 지식정보형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유튜브에서 지식정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JTBC는 ‘차이나는 클라스’ 독립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차이나는 지식뚱’을 선보였다.


JTBC는 지난달 14일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의 유튜브 독립 채널을 오픈하며 디지털 지식정보 채널로 브랜드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프리미엄 지식 콘텐츠로 마니아층을 형성해 온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분을 건축, 과학, 환경 등 주제별로 큐레이션하고 요약분을 제공하며, 향후 재테크와 커리어 등 생활 밀착형 정보 로 콘텐츠 범위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엔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차이나는 지식뚱’도 런칭했다.


유튜브 채널 135만 구독자를 보유한 MBC ‘14F’는 지난달 28일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 1주일여 만에 구독자가 4000명을 넘었다. 14F는 경제·트렌드·환경 등 20·30세대에 필요한 정보를 구독자에 맞춤한 콘텐츠로 제공해 인기다. 뉴스레터 출시에 이어 모든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체 앱을 개발 중이며, 4월 중 선보일 계획이다.

유튜브에서 지식정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30세대 맞춤형 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MBC ‘14F’는 지난달 28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EBS는 2020년 8월 지상파 최초로 ‘지식 교양 구독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22일엔 ‘글로벌 지식 플랫폼’을 목표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웹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무료로 제공돼 호평을 받았던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을 전 세계에서 월 9.99달러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BS는 “킬링타임 용이 아닌, 보람이 있는 지적 활동을 하는 시간”이라는 등의 호응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지식정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최고 인기 채널 10위 안에는 ‘슈카월드’, ‘지식한입’ 등 두 개 채널이 이름을 올렸다.


지식·교양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확인된다. “바쁜 세상, 한 입 정돈 괜찮잖아요”를 콘셉트로 10분 전후의 영상을 제작하는 ‘지식한입’(구독자 90만),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채널’을 내건 ‘조승연의 탐구생활’(구독자 137만) 등이 지난 1년여 동안 급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 전문 1인 방송으로 시작한 ‘슈카월드’도 역사·교양 스토리텔러로 변신하며 꾸준히 성장했고, ‘삼프로TV’ 또한 최근 지식플랫폼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듣똑라’나 ‘한국형 TED’로 출발했던 ‘세바시’ 등의 성공 배경도 비슷하다. 지난해 런칭한 지식 콘텐츠 구독서비스 ‘롱블랙’이나 최근 출범한 MBC 사내 스타트업 ‘딩딩대학’이 ‘초딩중딩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을 내건 것도 그만큼 수요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4F를 담당하는 손재일 MBC 디지털제작2부장은 “뉴스레터든 SNS 채널이든 도움이 돼야 구독한다. 재미있는 콘텐츠도 그렇지만 정보 콘텐츠야말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이 보는 것 같다”며 “쉽게 말해 미팅 같은 자리에서 간단한 ‘썰’ 정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취재 등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와 사진, 영상 자료 등의 IP(지적재산)를 확보한 언론사는 정보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개인 유튜버에 비해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호감 있게’ 전달하느냐”라고 경제지 한 디지털 담당 기자는 말했다. 이 기자는 “자신이 기자가 아닌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면 정보를 보는 관점이 전혀 달라진다. ‘기사가 되느냐’가 아니라 ‘구독자가 궁금해하느냐’로 판단하게 된다”며 “사소해 보이는 지식·정보라도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단순 설명 식이 아닌 스토리텔링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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