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도’ 깰 기회 언론 외면
허미옥 대선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투표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지역감정’자극을 통한 ‘지역구도 굳히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의 ‘지역구도 굳히기’ 경향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전략 속에 지역 유권자는 정치권 편가르기의 대상으로만 규정된다.
첫번째 경향은 언론이 정치권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지역민의 몰표 호소하기. 부산지역을 방문한 한나라당 서청원 선대위원장과 최병렬 의원은 “전라도 땅에서 노 후보 지지도가 90%를 넘고 이회창 후보는 겨우 2%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기절초풍할 뻔 했다”며 “여기에 기대서 다시 대통령을 하겠다는 노 후보를 심판해 달라”고 주장했다. MBC 100분 토론에서 이화여대 교수의 ‘후세인론’은 네티즌간 공방을 유도, 해당 학교에서 홈페이지를 일시 폐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호남 몰표에 우리 지역도 정신차리자’며 역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지역 연고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노 후보는 ‘살아온 사자 새끼’ 운운하며 “부산서 뒤집어주면” 주장에 당시 운집했던 청중들이 “인자 부산서 밀어줄게”라고 응한 내용도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됐다.
두번째 경향은 판세분석과 더불어 각 정당의 지역 공략 전술을 지나칠 정도로 부각, 밴드웨건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동아일보 27일자 A4면의 머릿기사 “믿습니다 PK-충청”에서 한나라당 지역공략에 대해‘PK표를 결집하고 충남 예산엔 말뚝을 박자’로, 민주당의 경우 “부산에서 ‘총구(銃口)’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후보가 기자들과 사석에서 했던 이야기까지도 기사 첫 머리에 구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들을 찾을 수 있지만 선거운동 초반부에 언론이 주도했던 지역구도 굳히기 전략은 비판 여론으로 인해 현재는 다소 잠잠한 편이다.
31년만에 양강구도로 치뤄지는 선거를 통해 지역분할구도를 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권자의 바램과 언론의 책임론이 분분했었다. 지역민 편가르기에 앞장선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로서 심판할 수 있지만, 이를 조장한 언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묘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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