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는 도시공원

[이슈 인사이드 | 환경]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정부와 대부분 지자체들이 20여년 동안 직무를 유기하면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예산 부족 핑계를 대왔던 지자체 중 일부는 도리어 이 사례를 난개발을 용인할 기회로 삼고 있다.


일부 공무원이나 몇몇 지자체만이 아닌 정부와 다수 지자체가 집단적 직무 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이 사례는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통해 사라지고 있는 도시숲의 이야기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2020년 7월1일 일몰 대상이 된 토지는 4421곳, 340㎢이고, 2025년까지 164㎢가 추가로 해제된다.


이렇게 넓은 면적의 도시공원이 사라지는 것은 경관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도시공원이 사라지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인근 지역 미기후에 변화가 생기고, 열섬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공공의 직무 유기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태도였음을 드러낸다. 다수의 도시공원 부지에 산사태에 취약한 토지가 포함돼 있어 개발이 진행될 경우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미세먼지 농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은 숲의 가치를 무시해온 근시안적 행태가 불러올 결과들이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데도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도시공원이 사라졌는지, 또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들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통해 도시공원 일부의 개발을 허용하고, 개발자에게 공원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환경 파괴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간특례사업은 성남 대장동 사례와 마찬가지로 투기세력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토지 소유주의 반발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를 들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토지 소유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부분 승소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지자체들의 의지 부족이 도시공원 실효의 주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법원은 관련 소송들에서 일몰 대상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서울시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2020년 이 같은 방식으로 도시공원 전체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예산 부족 역시 의지 부족을 감추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재정자립도와 도시공원 집행률의 상관관계가 낮은 지자체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이 충분치 않음에도 녹지공간을 지켜낸 지자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지자체에 관련업무를 떠넘긴 채 나몰라라 해온 정부의 책임은 더욱 크다. 일몰 대상 중에 국공유지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자체에 대한 예산 지원과 법령 정비가 부족했던 것 역시 정부의 책임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도시숲을 더 줄어들게 만드는 도시공원 실효를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은 반성하는 자세로 이제라도 토지 매입과 공원구역 지정 등을 포함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뒤로는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해온 숲을 사라지게 방치하면서 앞으로는 새로 숲을 가꾸려 애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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