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자들에게 "PV보단 체류시간"

팀장급 등에 주문… 속보는 최소화
구독자 증가로 이어질 콘텐츠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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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기자들에게 ‘체류시간’이 높은 기사 생산을 주문하고 나섰다. 취재기자들은 속보 기사를 최소화하고 회원가입, 구독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깊이 있는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란 지시다. ‘페이지뷰’(PV) 일변도였던 그간 언론 전반의 디지털 성과책정 지표와 다른 방향을 뉴스 생산단계부터 요구한 만큼 유의미한 행보다. 다만 콘텐츠와 관련한 단편적인 지표 측정에서 나아가 기술 고도화·데이터 축적 등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된다.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중앙은 올해 들어 팀장급 등에게 PV보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기사생산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콘텐츠·이용자 정보를 볼 수 있는 자체분석 툴 중앙애널리틱스(JA)가 개편되며 PV를 중심으로 배치됐던 구성이 ‘방문자당 체류시간’ ‘구독자 수’가 전면에 보이는 식으로 달라졌다. 업무평가 시에도 ‘부서별 100만 PV 기사가 ○개 있어야 한다’ 대신 ‘해당 기사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등을 잣대로 삼는다. 이에 따라 관련기사·사진 배치 등 ‘체류시간 늘리는 방법’도 기자들에게 공유되는 상황이다.


속보를 담당하는 EYE팀은 모바일24팀으로 이름을 바꾸고 취재기자들의 ‘선택과 집중’을 돕는 역할을 더 큰 비중으로 맡게 됐다. 모바일편집팀과 동일한 산하로 편제가 바뀌었고 취재부서의 보도자료 처리 등을 아예 전담케 됐다. 실제 인테이크(취재) 부서들엔 ‘모바일24팀에 할당하는 기사 비율을 50%로 맞추라’는 지침이 내려오며 기자들은 기존에 썼던 2개 기사 중 1개는 넘겨야 한다.


김종윤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24일 본보와 통화에서 “모바일편집과 속보팀을 같은 부문으로 묶어 유기적으로 연계해 속보 처리를 하도록 했고, 인테이크 쪽은 속보 부담을 줄여줬으니 독자들이 끝까지 꼼꼼하게 읽도록 품질을 높이고 좋은 기사·서비스를 만들라는 취지”라면서 “다양한 채널로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데 보고 바로 나가선 충성도가 오르기 어렵다. 더 사이트에 머물게 해야 회원가입은 물론 궁극적으로 회원 대상 서비스도 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털을 활용은 하겠지만 우리의 자원과 역량을 우리 사이트에 오고 머무는 데 쓰려는 거고 체류시간을 중요 지표로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도 근원엔 디지털 전환의 맥락에서 궁극적으로 비용지불까지 하는 자체 독자를 확보하는 데 콘텐츠의 질적 변모가 필수적이란 인식이 자리한다. 단순히 ‘심층뉴스’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 생산단계에서 고려될 새 기준을 제시했고, 이는 PV 일변도의 언론사 전반 디지털 성과책정 방식과 다른 방향을 실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궁극적으로 유료화를 목표에 둔 모바일 개편 등을 감행한 중앙은 ‘로그인 회원 확보’를 적극 추진하며 지난해 목표치 30만명을 돌파, 최근 회원 수 38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PV와 더불어 콘텐츠의 ‘체류시간’ ‘열독률’ 등을 따지는 방식은 이미 플랫폼 사업자들에겐 일반적이다. 카카오의 뉴스추천 알고리즘을 다룬 2019년 논문 ‘Kakao Deep Reading Index: Consumption Time as a Key Factor in News Curation Algorithm’에 따르면 카카오는 과거 노출당 클릭 비율(CTR)을 기초로 뉴스를 추천하던 루빅스 시스템에 2017년 9월 ‘얼마나 읽었는지’와 ‘체류시간’을 측정하는 ‘열독률 지표(DRI)’를 더해 기사당 체류시간을 6.6%, 1인당 체류시간을 4.5% 늘렸다. 3만7652건의 뉴스 분석 시 PV가 높은 기사엔 스트레이트, 사회 기사가 많았던 반면 DRI가 높은 기사엔 다양한 분야, 심층 기사가 많았고 평균체류시간이 약 36초 길었다. 언론이 참고할 지점은 ‘체류시간’ 지표 도입 자체보다도 콘텐츠 성과판단 기준을 계속 변화시키려는 노력과 이를 실행해낼 기술 부문 투자·데이터 축적에 필요한 시간 부여 등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쇼핑몰 등은 체류시간을 주요 지표로 본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무도 관심 없고 오로지 내부보고용인 PV만 따지는 일이 언론사에선 벌어져 온 만큼 중앙의 변화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체류시간’만 조사하면 되는구나 착각하면 안 된다. 예컨대 포털은 이용자별 스크롤 속도를 함께 조사해 기사를 실제 읽었는지 살피고, 기사를 열어두고 자리를 비운 노이즈 데이터는 뺀다. 사이트 유입과 종료시간을 조사하고 그 사이 어떤 세션이 발생해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를 체크하는 식”이라며 “체류시간만 살필 게 아니라 더 조사할 수 있는 게 뭔지 연구한 다음 실행해야 한다. 포털도 10년 간 데이터를 쌓아 가능했던 만큼 경영진은 실무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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