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 금지 득보다 실

판세분석 '입맛대로'… 여론조작 조장

양강 대결구도 혼전, 안개속 충청, 살얼음판 대결구도, 지지율 ‘널뛰기’, 박빙의 선거전….

혼탁선거를 막겠다는 취지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 여론조사 공표 및 보도를 금지한 현행 선거법이 오히려 여론을 조작·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여론조사가 아닌 각 당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하는 형식의 판세분석 보도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각종 편파 시비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언론은 지난 3일을 전후로 여론조사기관 및 각 정당이 제공하는 정보와 주장을 토대로 지역별, 연령별 판세분석에 나섰다. “각 당에 따르면” “∼라는 주장이다” “대체적인 분석이다” 등 정치권의 주장과 발표가 마구잡이로 인용되고 “가능성이 높다” “∼로 추정된다” 식의 자의적이고 모호한 판세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각 언론이 판세분석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수치를 보도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무리한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날 같은 지역의 판세 분석 보도에서도 누구의 어떤 주장을 인용·보도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엇갈려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주장을 인용 “단순지지도에선 이 후보가 오차범위 열세” “이 후보의 열세가 거의 만회됐다”라고 보도한 반면 세계일보는 역시 한나라당의 주장을 인용 “이 후보가 노 후보에게 오차 범위내 뒤졌으나 1차 합동토론(3일)을 계기로 뒤집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세계일보는 부산·경남지역 판세와 관련 “한나라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분위기”라고 보도했으나 중앙일보는 “이 후보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전했다. “판세가 혼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각 언론의 분석처럼 판세분석 보도 역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몇몇 언론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각 정당의 아전인수격 주장, 국민 알권리 제한 등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부작용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일보는 지난 7일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을 통해 “대선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선거법 규정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각 정당도 ‘우리 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어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같은 날 “각 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유리한 내용은 부풀리고 불리한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각 정당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지역별 판세분석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역시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 서정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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