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아니지만… 충북 정체성 담은 '근대 건축자산' 10곳 선정

[지역 속으로] '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서' 취재기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가 지난 6월2일 보도한 ‘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서’ 기획 8부 ‘괴산 청인약방’편의 자료 사진. 이 기자는 지역민들의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미등록 문화유산 근대건축물에 깃든 이야기를 찾고 가치를 발굴코자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충북 전역을 헤매며 10부작의 기획을 진행했다. /이지효 기자 제공

가속화되는 현대화 물결 속에서 불과 30~40년, 더 나아가서는 50~100년 전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들은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유물이 돼 버렸다.


필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고 있는 근대 자산이 해체되고 훼손되는 요즘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창의적 재활용을 통해 충북의 문화 가치로 활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아직 문화재로 등록은 안됐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충북의 장소를 찾아 그곳에 담긴 역사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역과 장소를 환기시키고 창의적 가치를 부여하고자 ‘충북미래유산을 찾아서’라는 기획을 준비하게 됐다.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충북의 근대 건축자산을 찾아 소개하고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래서 1900년에서 1970년 사이 지어진 충북의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 10곳을 추려봤다.


취재 장소로 선정한 10곳은 충북도가 조사한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의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재 팀장, 충북도 문화재위원 등과 함께 고민해 내놓은 결과였다.


이중에서도 역사적, 문화적, 경관적 가치를 고려해 효율적인 관리와 장기적 보전 및 활용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 봤다.


11개 충북 시·군 중 청주 2곳, 충주, 제천, 보은, 옥천, 영동, 증평, 괴산, 음성 등 지역적 안배도 고려, 취재지역을 선정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등과 관련이 있거나 용도와 외관이 한국의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먼저 청주에서는 1961년 완공된 천주교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과 1946년 건립돼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청주 연초제조창 담뱃잎 보관 창고였던 동부창고에 주목했다.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가 지난 6월2일 보도한 ‘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서’ 3부 ‘충주역 급수탑’편이 신문 지면에 실린 모습. 이 기자는 지역민들의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미등록 문화유산 근대건축물에 깃든 이야기를 찾고 가치를 발굴코자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충북 전역을 헤매며 10부작의 기획을 진행했다. /이지효 기자 제공


충주에서는 현존하는 유일한 충북선 철도 급수탑을 보도했다. 보은에서는 회인 양조장을, 제천에서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역을 먹여 살렸던 잠실 ‘대제산업사’를 찾았다.


영동에서는 양산초등학교 내에 있는 조양학당을, 옥천에서는 1930년대 지어진 전통 가옥인 정주영 가옥을, 괴산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사랑방 역할을 했던 청인약방, 음성에서는 한옥과 서양식 성당이 공존하는 성공회 음성교회를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증평성당 내에 있었던 메리놀병원의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목격하고 직전 세대의 흔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가치와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증평 메리놀병원 보도 여부를 놓고 고민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남아있는 것만 보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를 통해 더욱 가치 있는 옛것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획단계에서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진리인가 보다. 처음 계획과 장소가 바뀐 부분이 몇 곳 있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찾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지역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대부분 개인소유의 건물이거나 종교시설이어서 섭외 단계부터도 최소 3단계는 거쳐야 관련 인물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소환해 현재에 공유하고 이것이 미래에 유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특히 이 기획보도는 2021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수사례에도 선정돼 군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소개하는 기회도 얻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근대문화유산을 지역민들에게 상기시키고 더 많은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도 했지만 지자체와 민간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해체되고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보존에 대한 시급성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지역의 종교, 산업, 고택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훼손 우려가 있는 역사적 공간과 건물들이 미래의 유산이 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