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도자료', 유튜브 받아쓰는 언론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최근 언론계에 두 건의 낯 뜨거운 오보 사태가 있었다. 지난달 22일 한 코스닥 기업의 주가를 요동치게 했던 ‘가짜 보도자료’ 사태가 첫 번째다. 반도체 소재기업 램테크놀러지는 ‘세계 최초로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다수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며 주가가 가격제한선(30%)까지 올랐고 다음날인 23일에도 개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가격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후 회사와 홍보대행사가 ‘누군가 회사를 사칭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취지의 해명 공문을 내며 주가는 +30%에서 -16.6%로 수직 낙하했다. 많은 언론이 부랴부랴 가짜 보도자료에 휘둘렸다는 요지의 기사들을 쏟아내며 수습에 나섰지만 언론의 뉴스 검증 절차를 믿었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두 번째는 이른바 ‘흉기 난동에 도망간 양평 여경’에 관한 오보다. 인천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서 여자 경찰이 피해자가 공격받는 위급한 순간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자 한 언론이 유튜브에서 영상을 발굴해 ‘유사한 사건이 또 있었다’며 기사화한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여경이 ‘엄마’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는 자극적인 내용까지 더해져 이른바 ‘여경 무용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명백한 오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됐고, 여경은 도망치지 않은 채 동료들과 함께 범인을 진압했으며, ‘엄마’라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뒤늦게야 일부 언론이 기사를 삭제하고 수정했지만 해당 오보는 여전히 ‘여경 무용론’ 혹은 ‘여성 혐오’의 근거가 되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는 중이다.


이 두 건의 오보 사태는 원인이 명백하다. 기자가 사실 확인에 게을렀던 탓이다. 아니, 두 건의 뉴스가 보도되기 전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앞서 ‘가짜 보도자료’ 사태는 회사 측이 한참 뒤 직접 뉴스를 확인하고 ‘누가 자료를 냈느냐’고 서로 묻다가 문제를 확인했다. 해명 공시가 다음날 오후에야 나온 것도 기자를 수소문해 가짜 자료를 건네받는 등 진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한 명이라도 기사 작성 전 회사 측에 확인을 했더라면 적어도 문제를 바로잡을 시간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테다.


양평 사건은 좀 더 질이 나쁘다. 개인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경찰에 확인해보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직업적으로 게으른 수준을 넘어 비윤리적이고 악의적이다. 심지어 양평경찰서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까지 고민하며 적극 해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일부 언론은 ‘남경이 진압하는 사이 여경은 몸을 피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반복하는 중이다.


이런 보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언론의 잘못이다. 사실 보도는 언론의 기본이고 사실 확인은 기자의 기본이다. 오보나 사실 왜곡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목적하더라도 철저히 지양돼야 한다. 특히나 이번처럼 중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오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조회 수를 높이려고 게으른 오보를 남발하는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건 거창한 도덕률이 아니라 당연한 직업윤리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ABC다.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게으른 보도들이 넘쳐난다면 독자들은 언론이 차라리 기능하지 않는 세상을 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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