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다양성, 이젠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이자 기본 가치"

언론재단 저널리즘 주간 세션 '뉴스룸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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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뉴스는 대부분 ‘서울 사는 50대 남성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 문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주요 언론사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들이 특정 연령대와 성별에 치우쳐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학벌이나 소득 수준이 비슷한 것은 물론, ‘비장애 이성애자’란 공통점도 어렵지 않게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평기자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성별, 학력, 지역 등 여러 면에서 뉴스룸의 인적 구성은 사회와 크게 동떨어져 있고, 이들이 만드는 뉴스는 대체로 비슷하다. 소수의 언론사가 정보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엔 이런 획일적 조직이나 구성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언론이 비추는 좁은 세상은 이용자 시민들이 등을 돌리거나 흩어지게 만들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다름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호소가 나온 건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29일 ‘저널리즘 주간’ 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뉴스룸 민주주의’ 세션에서 이희정 전 한국일보 기자는 이렇게 단언했다. “뉴스룸 안팎의 다양성과 포용 요구에 화답하지 못하는 언론엔 미래가 없다.”


이희정 전 기자는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을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언론이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설명하며, 또한 “더 좋은 저널리즘을 만드는 토대이자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이후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도 올 2월 낸 다양성 보고서(A Call to Action)에 이렇게 적었다. “이 계획에 포함된 변화들이 우리의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우리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쓸 기사는 많고 시간은 늘 없는” 언론 현실에서 DEI 실천 요구는 자칫 “한가한 소리”로 치부될 수 있다. 이 전 기자는 “지사적 기자관(觀)에 뿌리를 두고 SKY 중심의 학벌로 공고화된 엘리트주의 경향이 21세기에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DEI 실천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걸림돌은 저널리즘의 질이 떨어지고 독자로부터 외면받는 이유와 중첩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DEI를 어려운 실천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언론)가 생존하고 위기를 극복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DEI 실천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다양성과 포용, 꾸준한 혁신 이 모든 걸 지속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도 보고서에서 “DEI를 잘 하려면 리더들이 자기성찰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그러나 “언론계 리더십 현실은 무능과 무지에 가깝다”고 꼬집으며 “개인적 역량이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 차원에서 저널리즘과 경영 영역의 리더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부실하다. 권한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래로부터의 변화 요구가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실패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작은 해야 한다. 우리의 자화상부터 솔직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첫발을 떼는 게 필요하다”면서 “뉴욕타임스 등처럼 언론사별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 발간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언론재단 등 관련 기관, 단체들이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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