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히어로콘텐츠팀 기자들이 '오답노트' 쓰는 이유

홈페이지 '인사이드' 코너 통해
기사에 못 담은 제작 뒷이야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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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지난 7월 보도한 ‘99℃:한국산 아이돌’의 기사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작품 해설서’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기사 연재가 끝난 지 두 달이 훌쩍 지난 시점에 그 뒷이야기를 뒤늦게 풀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월 결성돼 7월 보도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 히어로팀 3기는 지난달 28일부터 동아일보 ‘디 오리지널(The Original)’ 사이트 ‘인사이드<사진>’ 코너를 통해 기사에 담지 못한 제작 과정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팀장을 맡았던 김도형 기자를 시작으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매주 한편씩 다섯 편의 글을 공개했다. 어떤 고민을 담아 ‘K팝 아이돌’을 주제로 선택했는지, 섭외부터 난관이었던 취재 과정의 어려움과 신문 기사만 쓰던 기자들이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제작하면서 느낀 한계와 과제 등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인사이드’ 소개 글엔 이렇게 적혀 있다. “농산물의 원산지와 수확자, 쉐프의 철학을 알면 음식을 더욱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듯이 제작자의 땀과 고민을 엿보며 기사를 한층 더 풍부하게 즐기길 기원합니다. 거창한 성과를 소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때로는 아쉬움과 불완전함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가려 했던 흔적에 대한 기록입니다.”


히어로팀에 기획자로 참여한 이샘물 뉴스이노베이션팀장은 4~5개월을 투자해 완성한 결과물을 보도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치열함이 담긴 제작 과정을 소개하면 기사가 좀 달리 보이고 기자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례로 섭외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기사 전면에 등장하니 ‘홍보성 기사’를 의심하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다 사정이 있었다. 임보미 기자는 BTS를 섭외하기 위해 하이브에 보냈던 장문의 취재 의뢰 메일 전문을 공개하는 등 4대 기획사에 차례로 ‘맞춤형 기획안’을 보냈다가 퇴짜 맞은 사연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중소형 기획사에서 번번이 거절당한 기억도 전했다. 오랜 시간 “깊은 취재”가 가능한 아이돌을 찾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100여명이 나흘 밤을 새우듯, 한 편의 기사가 나오는 과정은 그만큼 곡절이 많았다. 따로 인터뷰하기 힘들 만큼 취재원의 일정이 바쁠 때는 “‘벽에 붙은 파리’처럼”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고, 공들여 취재한 이야기를 결국 기사에 쓰지 못한 일도 있었다. 사진을 전담한 송은석 기자는 “내가 원했던 사진은 씁쓸함이 가미된 다크 카카오였지만 촬영한 건 그냥 달콤하기만 한 초콜릿이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송 기자는 자신이 남긴 글을 ‘오답 노트’에 비유했다. 그는 “오답 체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 하고 덮어버린 채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다시 돌이켜 보니까 이걸 보면 다음 히어로팀이나 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샘물 팀장은 “무용담을 늘어놓기보다는 정직하고 진솔하게 우리의 노력을 담담하게 쓰고 싶었다”면서 “성과도 좋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걸 느꼈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이 다른 기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거란 기대도 있다. 이 팀장은 “언론계 전체로 봐도 히어로팀처럼 회사가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시도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공유하면 상승효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 “기자들이 서로 바빠서 취재 노하우를 공유받거나 깊이 있는 토론할 기회가 별로 없는 만큼 서로에게 좋은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인사이드’ 연재는 히어로팀 4기에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며, 형식도 메이킹 필름 식의 영상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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