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수정안 명분으로 강행처리 수순 돌입

[안건조정위, 변수 될까]
여당 유리하게 구성할 듯
언론계·학계, 원점 재논의 요구

  • 페이스북
  • 트위치

고의·중과실로 인한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도록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단체, 사회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월 강행처리를 위한 카드를 빼 들었다.


민주당은 17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수적 우위를 앞세워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법 제57조의2에 따른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서 표결은 보류됐으나, 이 안건조정위마저도 여당 쪽에 유리하게 구성될 가능성이 커 ‘8월 국회 처리’라는 여당의 목표는 한층 가까워졌다. 민주당은 9월부터 문체위 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넘어가는 만큼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의결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당과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조·한국PD연합회가 17일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열람차단청구 표시 의무 삭제 △언론사 매출액 기준 배상액 산정 조항 삭제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 징벌적 손배 청구 적용 대상에서 제외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대한 원고의 입증 요건 강화 △기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조항 삭제 등이다. 야당과 언론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언론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고,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6가지 조항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각, 정의당도 국회에서 언론 현업 4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숱하게 제기된 허점과 우려투성이 법안 문구를 매만지는 회의가 과연 언론개혁을 위한 자리냐”고 물으며 “개정안을 폐기하고 국민공청회와 국회의 언론개혁특위 설치 절차를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이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한다며 표결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는 몇 차례 정회를 거친 끝에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소집을 요청했고, 이에 18일 여야가 추천한 명단을 토대로 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3대3 동수로 구성되고 최대 90일까지 활동이 가능한데, 야당 몫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포함될 경우 사실상 찬성 4 반대 2로 여당 쪽에 기울어져 속전속결로 끝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국회법 취지는 ‘찬반 동수’에 있다”며 김의겸 의원을 조정위원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 이유다.


언론계와 학계 등에서도 “(민주당 수정안처럼) 한두 가지 뜯어고쳐서 될 문제가 아니”라며 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우리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걸 강행처리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언론관, 저널리즘 관점에 관한 것인 만큼 법안을 넘어서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언론학자들도 “정교한 입법”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상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렇게 급하게 진행돼야 할 일인가 심각히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보도 피해구제는 중요하고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논란만 잔뜩 불러일으킴으로써 꼭 필요한 법안을 성안하는데 중요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언론자유와 인격권의 균형이 언론중재법 안에서 정교하게 구성되지 못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원래 법안의 취지가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에 맞게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