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확실한 변화로 '수신료 인상' 납득시키겠다"

KBS 이사장·경영진 기자회견
국민 의견수렴 부족, EBS 배분율 문제 등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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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어제(30일) KBS 이사회를 통과하자 양승동 사장이 “내부 쇄신 동력을 얻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승동 사장은 1일 수신료 조정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에 이르는 지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시청자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BS가 1일 여의도 별관 공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조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왼쪽부터 양승동 사장, 김상근 이사장, 임병걸 부사장 (KBS)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는 지난 2007년, 2011년, 2013년에 이어 네 번째다. 앞선 세 차례 시도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이번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까지 겹쳐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김상근 KBS 이사장은 “우리도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최근 KBS 재정 상황으로는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감당할 수 없다. 자구노력도 했고, 앞으로도 할 거지만 우리의 노력만으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너무 어렵다”며 수신료 인상안 의결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가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하도록 이사회가 눈 부릅뜨고 철저히 감독하겠다”며 “국회 또한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사전 교감 없었다”

과거 수신료 인상 논의는 정치권 주도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여당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야당은 ‘KBS는 친정권’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식이었다. 양승동 사장은 “이번엔 정치권과 먼저 얘기를 한 게 아니다”라며 과거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신료 조정안 추진에 대해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언급을 하신 분이 있는 걸 보더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 사장은 “이번엔 시청자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는 데 중점을 뒀고, 특히 숙의된 공론을 들으려고 했다는 게 (과거와의) 기본적 차이”라고 강조했다. 수신료 관련 의견수렴 과정에서 처음으로 국민참여형 공론조사 방식을 도입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소통하려 했는가에 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지자 김상근 이사장은 “그게 바로 KBS의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이사장은 “KBS의 대국민 자세라는 것이 대단히 폐쇄적이었고 조금은 오만하고 교만스러웠다. (수신료를) 내는 사람의 입장 같은 건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국민이 평가한다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와선 KBS 집행부도 많이 깨닫는 것 같다.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고 모든 걸 공개해야 한다는 기본적 자세를 갖고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KBS 구성원들이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신료 인상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국민 책임이 아니다. 우리(KBS) 쪽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양 사장도 “앞으로는 전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소통이 된다면 좀 더 국민의 이해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걸 부사장이 30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수신료 조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KBS)

“광고 줄이면 국민 부담 커져”

KBS는 이번 수신료 인상을 통해 수신료가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7.3%(2020년 기준)에서 58%까지 확대하고 광고 비중은 12%대까지 줄여 안정적인 공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광고 비중을 줄이더라도 광고 수입 자체는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광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신료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임병걸 부사장은 “재원 확충 차원에서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건데 광고를 줄이면 그만큼 수신료 부담이 커진다”며 “또 광고는 재원의 의미도 있지만 시청자와의 접점이란 의미도 있어 줄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로컬(지역) 광고는 폐지할 것”이라며 “광고 수입의 일부를 미디어 다양성 기금으로 내놔서 중소방송과 공존하며 미디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BS 수신료 배분율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KBS는 수신료 배분율을 현재 3%에서 5%로 올려 월 190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EBS는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서는 700원은 배분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일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청자 인식 조사’에서 수신료 2500원 가운데 평균 1068.9원(43%)을 EBS에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양 사장은 “공영방송 전체를 놓고 EBS를 함께 논의하기엔 수신료 액수가 너무 커지는 문제가 있어서 KBS를 중심으로 생각한 측면이 있다”면서 “EBS 배분 문제는 앞으로 방통위와의 논의 과정에서 열린 마인드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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