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 반영, 자성 목소리… 역대 '신문의 날 표어' 살펴보니

65돌 맞은 '신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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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날이 올해로 65회를 맞았다. 언론인들은 1957년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기 위해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7일(1896년)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매년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계가 이날을 기념해 1959년부터 선정해온 표어는 당대 언론 환경과 신문의 역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홍준호 한국신문협회장(가운데), 박홍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오른쪽),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왼쪽)이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5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에서 신문윤리강령 및 신문윤리실천요강 개정안에 서명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창기 표어는 엄혹한 시대상을 투영했다. 첫 표어는 ‘언론의 자유’, 이듬해에는 국회에 신문발간 허가제를 요구하는 취지에서 ‘악법의 철폐’가 선정됐다. 70년대까지는 ‘신문의 독립’(63년), ‘신문의 자주’(69년), ‘신문인의 단결’(71년) 등 구호 형식이 대부부분이었다.


언론계 안에서 표어를 공모한 만큼 자성의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1990년대 초반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책임 있는 신문, 신뢰받는 신문’(90년), ‘자정으로 신뢰 회복 자율로 책임 완수’(91년), ‘사회에는 정의를 독자에겐 신뢰를’(92년), ‘기자는 자정노력 보도는 공정 노력’(93년), ‘정직하게 만든 신문, 밝은 미래 약속한다’(94년) 등 반성과 함께 개선 의지를 드러낸 표어가 잇달아 선정됐다.

 

2004년부턴 표어 공모를 언론계에 한정하던 관행이 깨졌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독자가 느끼는 언론 환경과 신문을 향한 기대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민의 소리로 세상의 빛으로’(04년), ‘독자 앞엔 등불처럼 세상 앞엔 거울처럼’(05년) 등이 대표적이다.


신문의 날 50주년이던 2006년엔 대상 1편·우수상 2편 모두에 ‘미래’, ‘내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신문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한 예측이 난무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5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신문의 장래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는 신문산업 현실도 표어에 반영됐다. 2008년 심사위원회는 대상작 ‘세상을 읽어라 신문을 펼쳐라’를 두고 “‘제발 신문 좀 읽으라’는 뜻이 내포된 명령형 표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신문 열독률이 크게 떨어진 요즘 상황을 걱정하며 꾸짖는 듯하다”며 “먼 훗날 신문업계 후배들은 ‘2008년 표어는 당시 열독률 하락 상황을 잘 말해주는 작품이 선정됐다’고 평가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혁신과 모바일 전환이 가속화한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신문의 존재 이유’를 강조하는 표어가 다수 등장했다. ‘내 손 안에 신문 나의 경쟁력’(13년),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14년), ‘정보가 넘칠수록 신문은 더 돋보입니다’(15년) 등이다. 더 나아가 2016년 대상작 ‘시대보다 한 발 먼저, 독자에게 한 걸음 더’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야만 신문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문의 기본사명을 일깨웠다”는 찬사를 받았다.


2020년대에는 언론 환경 전반의 문제를 짚은 표어가 호평받았다.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의 위험성과 진실의 가치를 강조한 ‘신문, 진실을 발견하는 습관’(20년), 포털사이트 중심의 뉴스 소비를 지적한 ‘신문이 말하는 진실은 검색창보다 깊습니다’(21년) 등이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다양해진 매체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신문의 힘과 장점’을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게 드러낸 점을 높이 샀다”고 평가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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