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가 "KBS 방송의 절반을 지역에서 만들자"고 한 이유

지역 '뉴스7' 성공시킨 제주총국 기자, 수신료 해법으로 '지역 제작기지 건설'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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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선 최소한 사장님도 (지역으로) 이전한다 생각하셔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KBS가 ‘뉴스7’ 지역화 1주년을 맞아 지난 3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KBS 지역총국 기자가 “지역 제작기지 건설”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했다. “팀장, 부장급을 (지역에) 보내선 안 되고, 최소한 임원급을 보내야” 하는데, 심지어 사장도 지역에 갈 수 있다는 각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2018년 KBS제주의 ‘주4일 로컬뉴스 40분’ 실험을 이끈 김익태 KBS제주총국 기자다. KBS제주의 실험이 성공하며 2019년 11월 전국 총국으로 시범사업이 확대됐고, 지난해 2월부터는 전체 9개 지역총국에서 월~목 ‘뉴스7’을 자체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지역 ‘뉴스7’ 편성 1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KBS는 이날 저녁 특집으로 ‘지방분권 대전환, 지역뉴스의 도전’이란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KBS가 지난 3일 KBS아트홀에서 <'KBS 뉴스7'이 지역방송 활성화에 미친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도 중계됐다.

▲KBS가 지난 3일 KBS아트홀에서 <'KBS 뉴스7'이 지역방송 활성화에 미친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도 중계됐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세미나의 또 다른 목적은 KBS가 최근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과도 맞닿아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역방송 역할을 더 강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공적 재원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태 기자도 “공영방송 제도가 꼭 필요하고, 공영방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걸 전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김 기자는 그러나 KBS 경영진이 지난달 27일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며 밝힌 대하 사극 제작, 평양지국 건설 등의 공적책무 확대 계획을 두고는 “과연 이 정도 계획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수신료에 대한 부정적 흐름과 판을 엎을 수 있을 것인가,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제1의 가치로 놓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7시 프로젝트(뉴스7 지역화)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을 우선 가치로 하는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서 첫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30년까지 수도권 밖에서 프로그램의 50%를 제작하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그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하는 게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제작기지 건설’을 제안하며 “지방 소멸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 것을 빼앗아 가겠다는 게 아니다. 서울의 부담을 덜고 지역을 더하자는 것”이라며 BBC 사례를 언급했다.

BBC는 지난 2004년 미래 비전과 행동 선언을 발표하며 ‘런던에서 영국 전역으로’라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엔 향후 10년간 BBC 직원의 50%를 런던 이외의 지역에 두고, 맨체스터에 최대 규모의 방송센터를 짓겠다는 계획 등도 포함됐다. 김 기자는 “당시 BBC의 원칙은 굳이 안 가겠다는 사람 안 보낸다, 가는 사람에겐 인센티브를 준다, 모자란 사람은 지역에서 뽑겠다는 거였다”면서 “BBC가 과거에 (이런 정책을) 실패한 핵심 이유가 임원급을 안 보내서였다. 그래서 BBC는 본부장급을 보냈다”고 말했다. “KBS에선 사장님도 이전한다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참고로 토니 홀 BBC 사장은 지난해 1월 신년사를 통해 공영방송 면허가 갱신되는 2027년까지 인력과 제작비의 3분의2를 런던 밖 영국 전역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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