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신뢰언론 기반으로 후원제·디지털뉴스룸 구축"

[2021 신년사]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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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사랑하는 한겨레 가족 여러분,

매서운 삭풍을 타고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우리 한겨레 가정마다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화평 가득하길 바랍니다.

한겨레 가족 여러분, 대혼돈의 2020년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장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한해 참으로 애많이 쓰셨습니다.

1.
지난해 저는 두 가지 일에 힘을 모았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 광풍에 무너지지 않도록, 살림살이를 방어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숫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고통을 감내하고 열심히 뛴 덕분입니다. 한겨레 가족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오랜 갈등으로 흩어진 우리들의 마음을 모으는데 진력했습니다. 인사에서 사사로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국실장의 판단이 존중받는 경영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우리 안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험난한 변화의 길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뒷마당을 정돈하는 방어 경영에 지난 한해 힘을 쏟았다면, 올해는 희망의 기둥을 세우는 일에 공격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언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언론사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올봄에 모습을 드러낼 한겨레 후원회원제 론칭이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후원회원제는 디지털 공간의 한겨레 뉴스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뉴스생산자들이 후원회원들과 상시적으로 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한겨레 보도의 신뢰와 품질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로 후원회원 수입이 창출되는, 강력한 선순환이 작동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후원회원제 론칭과 맞물려 지금의 편집국이 전면적인 디지털뉴스룸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신문을 제작하는 방식도 효율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3.
한겨레 그룹의 각자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 지속가능한 언론사의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겨레신문사가 자회사를 일방적으로 지배해온 지금까지의 한겨레 그룹 운영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더불어 상생하는 경영문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한겨레신문사는 언론에 전념하되, 자회사들은 한겨레 브랜드를 활용한 수익사업과 확대재생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겨레가 언론의 본령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자회사들의 사업 경쟁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규모는 훨씬 더 커져야 합니다.

올해 초 한겨레출판과 한겨레교육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0억대 규모의 보다 강력한 사업 추진 역량이 발진하게 됩니다. 다른 자회사들도 각자 걸맞는 확대재생산 역량을 키워나가는 길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4.
우리가 사면초가 위기의 덫에 빠져 드는게 아닌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무한긍정의 메시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위기가 커질수록 기회가 열린다는 말을 믿습니다.

최근 세계신문협회에서 펴낸 <2020 신문의 혁신> 보고서에서 “지금이 오히려 언론인이 되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내용이 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확증편향과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수록, 사람들은 신뢰하는 언론인을 더 찾게 되고, 그런 언론인의 깊이있고 분석적인 뉴스를 더 요구하게 된다는 진단이었습니다.

한겨레가 겪고 있는 위기 또한 근본적인 저널리즘의 위기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심대한 위기가 오히려 진정한 신뢰언론의 길로 나아가는 더 큰 기회를 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간절한 마음으로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후원회원제와 디지털뉴스룸 구축작업 또한 고품질 신뢰언론이라는 새로운 내용물이 없이는, 요란한 빈 그릇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정과 절망을 넘어서서, 긍정과 희망의 길로 함께 나아갑시다.

5.
새해 첫날 윤활식 선배님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가신 이의 발자취’의 주인공이십니다. 창간 초기 사내 행사에서 만세 삼창을 선창하시던 선배님의 모습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지난해엔 창간의 주역인 정태기, 권근술 두 전임 대표 분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한겨레신문은 기적적인 창간의 힘으로 지난 30여년을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3년 전 신문으로 출발했던 한겨레는 이제 신문에 더해 디지털, 영상 매체를 두루 거느린 종합미디어 브랜드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그 꿈이 이뤄지도록 방송사업 진출을 착실히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4일
대표이사 발행인 김현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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