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관련 보도

[제362회 이달의 기자상] 이광빈 연합뉴스 국제뉴스부 기자 / 취재보도2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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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빈 연합뉴스 기자

▲이광빈 연합뉴스 기자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1월이다.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미테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과정을 몇 개월간 지켜봤다.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설치가 끝난 뒤에야 기사화할 생각이었다. 그 전에 보도하는 것은 일본 측에 ‘방해 공작을 하라’고 광고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치 보도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문 내용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청에 잠시 보류했다가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 이후 본격적인 ‘소녀상 지키기’가 전개됐다. ‘즐거운 집회’에는 분노의 일성도, 반일 구호도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 시민사회는 일본이 쳐놓은 ‘반일 민족주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고, 전시 여성 성폭력 피해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학계 등을 취재한 결과 일본이 아니라 독일 당국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점이 명확했다. 베를린 시민사회에는 일본 측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아 왔다. 지난해 소녀상을 전시한 갤러리의 독일인 관장은 주독 일본대사관이 전달해온 철회 압박 공문에 콧방귀를 뀌며 공문을 아예 기자에게 전해줘 보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독일식 지역정치, 정당정치 요소도 소녀상 지키기에 작용하고 있다. 이런 종합적인 모습을 소녀상 ‘베를린 모델’로 전달했다. 소녀상 ‘베를린 모델’이 해외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동과 관련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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