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은 왜 김경수 앵커를 AI 모델로?"… "제일 로봇 같았거든요"

YTN·MBN의 AI 개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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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앵커가 가장 로봇 같았어요.”


YTN플러스가 개발 중인 AI 아나운서 모델로 김경수 YTN 앵커를 선정한 이유를 묻자 하성준 크리에이티브 제작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그 속에는 AI 아나운서 모델 선정 과정부터 세세한 논의가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 팀장은 “김 앵커는 목소리 톤이 차분하면서 높낮이가 일정하고, 발음이 정확하다. 또 천천히 말하는 편이라 연구하기에 적합했다”면서 “AI 연구진과 모델 선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너무 움직임이 잦거나 표정이 많은 앵커를 모델링하면 연구가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말투나 발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뉴스 진행자를 기준으로 영상 데이터가 많은 사람이 김 앵커였다는 윤미영 미디어전략팀장의 설명도 따라왔다.


지난 10월 이스트소프트가 개최한 ‘AI PLUS 2020’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한 AI 아나운서 시연 영상.

▲지난 10월 이스트소프트가 개최한 ‘AI PLUS 2020’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한 AI 아나운서 시연 영상.


그에 비해 MBN은 신뢰도와 영향력을 기준으로 AI 앵커 모델을 선정했다. 이성수 스포츠부장은 “김주하 앵커는 MBN의 메인 앵커이자, 무엇보다 언론인으로서 신뢰성이 있는 앵커”라며 “디지털 미디어 영역에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오히려 김 앵커가 모델을 수락할지가 문제였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AI 아나운서의 활동 영역은 온라인 뉴스에 한정돼 있지만, 기술이 더 개발되면 예능 프로그램 출연, 나아가 뉴스 제작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담당자들은 전망했다. 이 부장은 “지금은 앞모습, 옆모습 버전만 제공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모션 기술이 개발되면 MBN의 대표 예능인을 모델로, MBN ‘동치미’같은 예능에도 출연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콘텐츠 스튜디오 모습도 크로마키에 합성하고 있지만, 파일 합성 등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 관건은 특보가 터지면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상 스튜디오가 마련되면 AI 아나운서가 공간 안에 들어가 자유롭게 뉴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성준 팀장은 “‘부동산 정책 발표’, ‘전세 가격 추이’ 같은 키워드를 넣으면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의 녹취들로 영상을 구성하고 그림들이 자동으로 편집되는 기술도 상상해볼 수 있다. 향후 AI가 발달하면 기본적으로 방송사들이 가진 아카이브 데이터들로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AI가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방송사 데이터들을 모두 텍스트화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아이폰에서 ‘1년 전 추억’이라며 적절한 사진을 구성해주는 방식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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