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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편성표 당당히 진입한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KBS '옛날티비', SBS '문명특급' 등
콘텐츠 본연 경쟁력의 중요성 입증

최승영 기자2020.10.14 15:49:06

모바일이 대세가 되며 TV 방송 프로그램 등 레거시미디어의 콘텐츠 제작·유통 관행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기 있는 TV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다시 트는 선에 머물렀던 기존에서 나아가 온라인 전용 콘텐츠가 거꾸로 방송에 정규 편성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추석 연휴 기간 SBS에서 방영된 <문명특급-숨듣명 콘서트>가 화제를 모았다. 2018년 2월 SBS ‘스브스뉴스’의 한 코너로 출발해 지난해 7월 별도 유튜브 채널로 독립한 ‘문명특급’은 13일 현재 86만8000여명 구독자를 보유한 모바일 채널. 지난 2~3일 심야에 전파를 탔음에도 2.3%(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상당한 ‘바이럴’을 일으켰다. ‘숨듣명 콘서트’는 2000년대 중후반과 2010년대 초반 가요계에서 활동했던 케이팝 가수들을 한 데 모아 2030세대의 “숨어듣는 명곡”을 다시금 소환한 콘텐츠다.


‘숨듣명’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가 지상파 편성표를 거꾸로 꿰차고 들어간 경우다. TV로 방영된 프로그램의 보완재로 온라인에 다시보기나 쿠키영상을 제공한 게 일반적이었다면 이는 ‘주’와 ‘부’가 바뀌었다. 전원이 90년대생인 제작진은 “TV를 새 시청층 유입 루트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문명특급’ 홍민지 PD는 “메인이 유튜브고 TV가 서브일 수 있다. TV는 콘서트란 기획을 진행하는 데 더 적합한 플랫폼 정도로 생각하되 양 플랫폼 콘텐츠가 따로 놀지 않도록 연결성에 신경 썼다”면서 “각 플랫폼과 이용자 특성에 맞춤해 얼마든지 연출과 기획이 유연하게 달라질 수 있고 어떤 플랫폼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려 했다”고 설명했다.


‘문명특급’이 자신들의 주요 타깃 이용자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은 유념할만하다. 홍 PD는 “우리 세대 시청자는 20~30분이면 다른 걸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러닝타임인 80분 간 관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민했다. TV에서 길게 편집하는 ‘연예인 등장장면’ 등을 과감히 쳐내고 노래 한 곡이라도 더 들려주자는 식으로 편집했다”면서 “우리 콘텐츠 소비층 대부분이 디지털에 있는데 부모님께 리모콘을 뺏을 의욕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KBS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나왔다. KBS는 유튜브 아카이브 채널 ‘옛날티비’의 콘텐츠를 재편집해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KBS 1TV에 편성했다. ‘옛날티비’는 2018년 10월 오래된 방송자료를 공개하기 위해 개설된 유튜브 채널로 13일 현재 구독자 수 19만2000명에 평균 조회수 1만회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채널이다.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다양한 옛 드라마와 예능 등을 디지털화해 선보이고 있다. 이는 비디오 테이프 형태의 오프라인 자료가 디지털화되며 온라인에 업로드됐고, 이 콘텐츠가 다시 TV(오프라인)에 선보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 호평 받은 콘텐츠들이 ‘노래’, ‘레트로’ 등의 키워드와 관련 있다는 점은 유념할만하다. 가수 ‘나훈아’와 ‘트로트’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 역시 이 자장 안에 놓을 수 있다. 이와 관련 KBS는 지난달 ‘옛날티비’의 방송 편성을 알린 보도자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KBS 추석특집”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온·오프라인 역주행 현상은 역으로 콘텐츠 자체가 가진 경쟁력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파급력 있는 지적재산(IP)을 갖고 있다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기성 조직과 뉴미디어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시도다. 앞서 SBS디지털뉴스랩은 ‘문명특급’ 이전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경제·재테크 콘텐츠 ‘돈워리스쿨’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를 TV로 낸 경험이 있다. SBS 보도본부가 처음으로 론칭한 프로그램은 현재 시즌2까지 방영을 마친 상태다.


하현종 SBS디지털뉴스랩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 대표는 “‘돈워리스쿨’로 모바일 오리지널이 TV에 탑재되는 경험치가 쌓여있어 편성팀 설득이 수월했다. 모바일인지 TV전용인지는 무의미해지고 IP와 콘텐츠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 경쟁력만 있다면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실제 문명특급도 외부 OTT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슈퍼IP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다. 스브스뉴스란 분명한 브랜드를 신규 콘텐츠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삼고 가능성이 보이면 분리하는 방식으로 IP를 늘려가려 한다”면서 “저는 인프라와 시스템, 지원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내용과 톤앤매너는 전적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맡기고 있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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