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 전환... "머리에서 '신문'을 지워라"

온라인 중심 조직개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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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와 기자들의 머리에서 ‘신문’을 지워라.”


창간 66주년을 맞은 한국일보가 신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은 지난 9일 창간 기념사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신문 중심의 조직과 업무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이번 조치들은 한국일보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일 수 있다”면서 “올해가 한국일보 혁신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달 말 새 CMS 도입을 앞두고 올 초부터 디지털 전환과 조직개편을 준비해왔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등을 직접 견학하기도 했는데, 주로 참고한 것은 중앙일보 모델이다. 한국 역시 대다수 기자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고, 신문 제작은 별도의 에디터와 편집부 인력 등 ‘소수정예’가 전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중앙이 법인 분할까지 목표로 신문과 디지털을 분리한 것과는 다르다. 승 회장은 “신문은 오랜 경험을 가진 별도 인력이 고품질을 목표로 제작할 것이며, 이러한 새 업무 프로세스에 맞게 곧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편집국은 콘텐츠 생산 조직인 뉴스룸으로 탈바꿈한다. 쓰는 용어도 바꿨다. 기사 대신 콘텐츠, 독자보다 뉴스 이용자나 소비자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 기자는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 승 회장은 “이제 편집국은 지금의 뉴스를 하루 늦게 보도하는 신문 생산 조직이 아니라, 지금의 이슈를 지금 보도하는 살아있는 뉴스룸이 되어야 한다”며 “기자와 데스크들은 콘텐츠 생산자로서 오로지 뉴스 소비자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핵심엔 새 통합 CMS가 있다. 한국일보가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한 새 CMS는 ‘HERB(허브)’란 이름으로 ‘Hankookilbo Editing & Reporting Board’의 약자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단순 CMS뿐 아니라 인프라와 통계, 광고관리까지 한국일보의 통합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으로서 새로운 기사 생산의 허브가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은 “일선 기자들과 데스크들이 신문을 잊게 하려고 한다. 신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지난 5~6년간 여러 실험을 해온 경험에 비춰봤을 때 머릿속에 신문이 남아 있는 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콘텐츠 생산도구를 갖추게 된 것을 계기로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기자들을 상대로 CMS 이용 교육을 거의 마치고 부분적으로 시험 가동 중이며, 이달 말에 새 CMS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홈페이지도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된다. 조직개편은 이달 중 내부 설명회를 거쳐 다음 달 초 시행될 전망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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