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 보도가 더 중요한 이유

[언론 다시보기] 김혜경 국경없는기자회 한국 대표

김혜경 국경없는기자회 한국 대표.

▲김혜경 국경없는기자회 한국 대표.

지난달 한겨레신문에 기후변화팀이 생겼다. 국내 종합일간지 중 처음이다. 한겨레 박기용 기자는 9일 기후변화팀장으로서 쓴 첫 기명칼럼에서 “기존 환경·에너지·기상·과학 담당 기자들을 한 팀으로 하고, 팀장을 추가한 정도지만 한겨레가 이 문제에 이전과 다른 관심과 의지를 갖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듯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위기의 문제지만 한국 언론은 지금까지 보도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적은데다 성장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이 컸다. 전문가 중심의 언어도 장벽이었다.


한데 최근에는 좀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JTBC는 지난해 11월부터 박상욱 기자의 연재물인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를 매주 온라인 뉴스로 싣고 있다. 심층 기사를 준비하는 언론사도 여럿 있다.


당정이 ‘그린 뉴딜’을 들고 나온 영향도 있을 것이다. 뉴스 검색·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 기후변화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올해 1분기 중앙 일간지에서 이를 언급한 보도는 총 1223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77건에 비해 약 25% 늘어난 수치다.


지구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와중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더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정점을 지났을 뿐,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차 확산이 우려되는데도 각국은 국경을 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제적 피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렇게 개발 중심의 경제 논리가 득세하는 사이, 환경과 복지 등 여타의 가치는 희생당할 위기에 놓였다.


기후변화도 그 중 하나다. 세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은 벌써부터 바이러스 발생 이전 생산량 회복에 필사적이다. 정치지도자들은 눈 앞의 경제 지표에 목을 매고, 기업들은 이 틈을 타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이대로 가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후변화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는 감염병과 차원이 다른 위기다. 코로나19 백신은 언젠가 나오겠지만 백신 없는 기후변화는 정복이 아니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대상이다. 기후 체계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간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세계 195개국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 온도 한계를 2도씨로 정했다. 이걸 넘기면 세계 모든 지역이 심각한 물부족 등 기후변화 피해지역권에 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1.5도씨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소비 위주의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이를 지켜낼 수 있다고 호소한다.


우리는 코로나19 기간 짧은 봉쇄로 인간의 행동이 지구를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지 확인했다.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감염병이 모든 의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요즘 한겨레의 시도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기후변화는 물과 식량 등 일상 구석구석과 연결된 생존의 문제다. 아직까지 한국 언론은 그 지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의 ‘뉴딜’을 온실가스 감축을 토대로 한 ‘그린뉴딜’로 발전시키는 데 언론이 발빠르게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김혜경 국경없는기자회 한국 대표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