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기사에 조국·정경심 사진… 세계일보 황당 오보 원인은

올 초에도 온라인 제목에 '故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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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새벽 6시쯤에 올라온 세계일보의 온라인 기사 <경찰 “‘박사방’ 가입자 중 시청 공무원 1명 있다”>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진<왼쪽>이 함께 실려 있었다. 마치 사진 속 두 사람이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오보였다.


문제의 사진은 기사 게재 1시간 후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사진으로 바뀌었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바로잡습니다> 기사<오른쪽>를 올려 “실수를 인지한 뒤 문제의 이미지를 삭제하고, 조주빈씨 사진으로 대체했다”며 “이 기사로 상처를 받은 분과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본지 보도로 조 전 장관 정 교수의 명예에 누를 끼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독자들의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오보를 낸 해당 기자는 “단시간 내 여러 기사를 쓰다 보니 그런 실수가 나왔다. 총 기사 12건을 새벽 6시 정도에 예약 송고했다. 여러 건의 기사 중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인터뷰한 내용의 기사를 쓰고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사진을 올렸었는데 그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놓아둔 채 그대로 ‘박사방’ 기사에 첨부했다”며 “핑계지만 CMS에 사진을 첨부할 때 크기가 썸네일 정도로 작게 나와 유의 깊게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의 어이없는 “실수”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 세계일보는 고인을 뜻하는 ‘고(故)’를 붙인 <故조국 기소 통보 받은 서울대 “직위해제 여부 검토 안해”>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제목을 검찰을 뜻하는 ‘檢(검) 조국’으로 바꾸고 이후 기사를 삭제했다. 당시에도 세계일보는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두 기사 모두 속보와 온라인 이슈 대응을 주로 하는 세계일보 디지털뉴스부에서 보도한 것이다. 사진을 잘못 게재하고 제목에 한자를 잘못 병기하는 등 저품질의 온라인 기사가 연달아 나오는 것은 신속한 출고에 매달리고, 기사 데스킹 등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속보 대응, 조회수에만 치중하면서 저품질의 기사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세계일보의 온라인 기사는 지면 기사에 비해 관리를 소홀히 하고 ‘빨리빨리 넘기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지면 기사를 제외하고 출고된 세계일보의 온라인 기사는 모두 301건. 편집국 기자들이 일부 쓴다고 해도 디지털뉴스부 소속 펜기자 6명이 감당하기에 기사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라인 기사가 쏟아지다 보니 데스킹도 제대로 하기 힘든 구조다. 지난달 31일 오보를 낸 기자는 “그날만 30~40건의 기사를 썼다. 요즘 코로나19, n번방 사건 이슈로 기사량이 많은 편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담당 부장을 포함해 관련자들을 문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래픽 지상주의’ 디지털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데스킹은 형식상으로만 이뤄지고 언제든 어처구니없는 오보가 나올 가능성은 높다. 세계일보 디지털뉴스부 관계자는 “데스킹 과정은 꼭 있다. 부장이 자리에 없는 경우 부 데스크가 담당한다. 지면 기사처럼 온라인 기사를 정교하게 보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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