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안봐도 구입가능…결국 소비자 피해
정수기와 비데까지 신문 경품으로 등장했다.
최근 중앙일보 서평촌 지국에서 나눠준 전단에는 “1년 이상 기존·신규 구독 신청하시는 분들께 가정용 비데 정수기를 드립니다”라고 나와 있다. 전단에 따르면 정수기 소비자가는 최하 39만원에서 최고 189만원까지 총 4종이며 가격이 가장 저렴한 39만원짜리는 소비자가 설치비 3만9000원을 내면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비데의 소비자가는 19만8000원, 29만8000원, 78만원 등 3종이다. 가장 저렴한 19만8000원짜리의 경우 설치비 4만9000원을 내면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나머지 두 종은 설치비와 함께 구입비 각각 3만원, 25만원을 내면 된다.
지국 관계자는 “18개월 이상 신문을 보면 되고 별도 조건은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 정수기와 비데 경품이 인기가 좋아 최근 전단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존에 사용하던 자전거 경품도 함께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국에 정수기와 비데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유 보급소에서 정수기 경품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신문 지국에서 자주 찾는다”며 “인천 남양주 안양 평촌 등에서 동아 조선 중앙 지국이 경품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행에 대해 고가의 경품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이중의 피해’를 안겨주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정수기 비데 납품업체에 확인한 결과 신문 구독을 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도 지국 전단에 나온 할인가로 동일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 지국들이 신문을 보지 않고도 할인가로 살 수 있는 제품을 ‘경품’이라고 제공하면서 18개월간 신문구독 의무까지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지난달 19일 창간사를 통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는 신문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전거보다 고가의 경품이 지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발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솔직히 처음 듣는 얘기다. 본사에서 무리한 과당경쟁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센터(지국)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곤혹스럽다. 일단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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