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진행자 목소리 좋은데?"... 그 진행자 사람 아니라는데요

KBS·SKT 'AI 음성인식' 계약
AI가 진행… 연출은 인간 PD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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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출 인간, 진행에 AI였습니다.” 머지않아 방송에서 이런 클로징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허무맹랑하겠지만 ‘실화’다. KBS가 오디오DMB(U-KBS)와 2라디오로 방송 중인 ‘누군가 어딘가에’는 실제로 사람인 PD가 연출하고 인공지능(AI) DJ가 진행한다. DJ의 정체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디바이스 NUGU(누구)다. KBS는 SKT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3월부터 방송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 소개란엔 “인공지능 DJ가 진행하는 스마트 음악방송”이라고 돼 있지만, 사실 제작 과정은 별로 스마트하지 않다. PD가 원고와 큐시트를 SKT 쪽에 보내면 관련 부서에서 AI 보이스 합성음을 만들어 KBS에 전달하고, 다시 PD가 편집해서 방송을 제작하는 ‘수동’ 공정이기 때문이다. 김민정 KBS 2라디오 PD는 “녹음을 하면서 바로 수정할 수가 없으니,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어딘가에’는 단순히 글을 AI 음성으로 바꾼 것이지만, AI가 연출부터 진행까지 도맡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 아카이브에서 AI가 알고리듬에 의해 선곡을 하고 곡이 가진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원고를 만들면, AI 음성을 합성해 사람 목소리로 바꿔주는 식이다. 김원 KBS 디지털오디오부 PD는 “기술 자체는 거의 완성 직전”이라며 “기상정보나 교통정보,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등은 지금도 쉽게 대체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스포츠나 금융 기사 등은 로봇이 작성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걸 음성으로 리포트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AI가 특정 기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학습하면 유사한 합성음을 낼 수 있다. 다만 기술 윤리와 책임, 고용 등의 난제가 얽혀 당장 현실에 적용하긴 어렵다.


이런 가운데 IT, 플랫폼 기업들은 AI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콘텐츠 생산에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10일 목소리 녹음 없이도 동영상에 더빙을 입힐 수 있는 ‘클로바 더빙’을 출시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21종의 보이스 중 취향에 맞는 걸 선택하고 내용만 입력하면 더빙 음성이 생성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 기술이 뉴스, 광고, 오디오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유튜버 등 7000명 이상의 일반 이용자가 무료로 사용 중이며, 네이버에 공식 제휴를 요청한 기업과 교육기관도 400여 곳에 달한다. 네이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오는 5월 말까지 기업 및 기관에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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