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중국 색깔론'

[언론 다시보기] 김민하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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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시사평론가.

▲김민하 시사평론가.

온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일부 언론은 오히려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보수언론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자꾸 말하는 게 그렇다.


입국 금지 조치에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기간이 한 달 이상이다. 입국 금지가 실효적일 수 없었던 이유다. 중국인을 입국 금지시킬 경우 우리 국민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문제다.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을 왕래하는 우리 국민 전체를 격리해야 하는데 이는 행정적으로 무리다. 실제 초기 확진자 다수는 중국인이 아닌 중국에 연고가 있거나 관광을 다녀온 우리 국민에 의해 감염됐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이처럼 실효성이 의심되고 행정적으로 무리인 상황에서 정부가 실익을 비교 판단한 결과다.


물론 언론이 정부의 결정을 비판할 수 있다. 문제는 배후 논리다. 보수언론은 정부 결정의 배경에 과도한 ‘중국 눈치보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상반기 방한 일정을 신경 쓴 결과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도 여러 판단 기준의 하나였을 거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 수는 없다. 한한령 해제 등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반드시 전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입국 금지에 관한 결정보다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가 미뤄진 영향이 더 클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일 일정 연기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보수언론이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이런 주장을 사이좋게 공유하는 동안 인터넷에선 음모론적 주장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이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과거 운동권 경력을 가진 이들로서 이념적으로 미국보다는 중국에 가깝고 따라서 왕년의 정치적 노선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게 핵심 ‘스토리’다. 본질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민족적 편견과 결합한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볼 수 있다.


색깔론은 지역주의적 편견과 손을 잡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늘날에는 이런 현상이 거꾸로 일어난다. ‘대구 코로나’라는 표현에 대한 논란이 그렇다. 문제가 된 보도자료 제목의 “대구 코로나19”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대구 상황을 축약해 표현한 것 뿐이다. 원 자료를 보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보수언론은 정부가 이런 용어를 써서 차별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바이러스 피해에 의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상처를 지역주의적 반감으로 연결해 정치적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이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인 조선일보는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 언론이 반드시 국제기구가 정한 명칭만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도 중국-색깔론을 제기하기 위함이란 건 문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되는데 ‘우한폐렴’만 안 되는 건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란 거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동시에 ‘우한 폐렴’은 못 쓰게 하면서 ‘대구 코로나’는 왜 되느냐고 한다. “이건 되는데 왜 이건 안 되냐”는 물음의 배경에는 배후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냉소적 확신이 있다. 오히려 ‘불순한 의도’를 가진 건 자신이란 점에서 조선일보는 이중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반대편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신종플루 때와 지금 보수언론의 보도를 비교하는 일부의 시각이 그렇다. 장삼이사들의 목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언론은 이런 기만적 질문-답변 구조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본질을 향하는 사명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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