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전 보도국장, MBC 차기 사장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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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차기 대표이사에 박성제 전 MBC 보도국장이 내정됐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방문진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태경 MBC 전략편성본부장, 홍순관 여수MBC 사장 등 3인 후보를 공개면접하고 과반을 득표한 투표 결과에 따라 “MBC 사장에 박성제 후보자를 내정한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1993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을 거쳤으며 2012년 MBC의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당시 파업 배후로 지목되며 “근거 없이” 해고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기간 뉴스타파의 ‘뉴스포차’를 진행하고, 스피커 제작회사 대표 등을 맡으면서도 언론 현실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아왔다. 지난 2017년 12월 복직해 MBC 취재센터장과 보도국장 등을 맡아왔다. MBC에선 최승호 사장에 이어 두 번째 해직 언론인 출신 대표이사다.


22일 MBC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성제 전 MBC 보도국장의 정책발표회. 사진은 이날 온라인 생중계된, 박 내정자의 정책발표 프레젠테이션 캡처.

▲22일 MBC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성제 전 MBC 보도국장의 정책발표회. 사진은 이날 온라인 생중계된, 박 내정자의 정책발표 프레젠테이션 캡처.

이날 최종면접에서 박 내정자는 걸어온 길이 보여주는 리더십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인물론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상의 혁신적 리더십은 채찍질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능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내정자는 “보도국장이 됐을 때 MBC 뉴스 (시청률은) 꼴찌였다. 패배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뉴스가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우리 손으로 뽑은 보도국장’이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자처했다. 국장실도 없애고 기자들 사이에서 일했다”면서 “쭈뼛쭈뼛 처음엔 어색해 하던 기자들이 어느새 적극 아이디어를 내고 ‘로드맨’, ‘소수의견’, ‘법이 없다’, ‘바로 간다’ 같은 뉴스데스크 대표 코너를 내놨다”고 했다. 이어 “예능, 드라마 등 핵심 콘텐츠의 혁신 역시 제작진의 창의력과 열성을 끌어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일각에서 나오는 ‘경영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해직 시절 직접 설립한 스피커 제작회사를 4년간 적자 없이 운영한 경험을 밝히며 “신사업을 위한 투자, 관련제도 개선을 위해 전문가를 수시로 만나겠다.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해 얘기를 듣고 있다. (스스로) 사업가적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 직할 신사업TF를 구성하겠다”며 돌파력, 추진력, 유연함, 소통능력 등을 자신의 강점으로 거론했다.


다만 MBC 수익 개선을 위한 드라마 스튜디오 설립 등에 대해 박 내정자는 타 후보와 달리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 내정자는 “신중하게 봐야할 문제라 본다. 큰 돈을 들여 만들어도 처음 몇 개가 실패하면 MBC가 흔들릴 수 있다. 그보다 MBC 내부 역량을 먼저 키워 ‘기초 체력’을 키누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MBC 드라마 부문에 대해선 “스타 PD 한명에 모든 걸 맡기는 PD중심 체제는 끝났다. 드라마 기획팀 체제로 운영해 서로 경쟁을 시키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인센티브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MBC 대표이사 후보자의 면접을 진행 중인 방문진 이사회 모습.

▲MBC 대표이사 후보자의 면접을 진행 중인 방문진 이사회 모습.


보도 부문의 경우 현행 ‘뉴스데스크’ 체제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보도 강화 기조는 유지되지만 디지털 부문에서 새 시도가 감행되고 전체적인 인력운영 기조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현 ‘뉴스데스크’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뉴미디어 시대가 열려도 메인뉴스는 중요하다고 본다. 뉴스데스크는 스테이션 이미지와 직결된다. 예컨대 JTBC는 ‘뉴스룸’ 시청률이 하락하며 이미지가 추락했는데, 메인뉴스와 뉴미디어를 양립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신 디지털에선 D.NEXT 본부가 만들어져 기자와 PD, 엔지니어, 경영 등 직군의 벽을 넘어 “성취하려는 대상자는 모두 다 불러모아” 혁신에 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인력운영 기조 역시 달라지게 된다. 박 내정자는 “인력구조의 건강한 변화는 제가 사장이 되면 저절로 달성된다. 선배가 240명 정도가 있다. 능력과 의지가 있는 분들은 현업에서 계속 뛰게 되고 다 유휴인력이 되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의 열망은 ‘너무 고인물이다’ ‘MBC에 희망이 없다’ ‘바뀌어야 한다’는 세대교체 열망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신입 사원 공채를 안하는 건 공영방송 도리도 아니고 조직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3년간 인력수급 계획을 세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면접에선 야당 추천 이사를 중심으로 보도 편향성과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 출연 후 있었던 ‘딱 보니까 100만 짜리’ 발언 논란, ‘정부여당 편향 보도’ 지적 등이 나왔다. 박 내정자는 이에 대해 “‘딱 100만 짜리’ 발언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월드컵 응원 등에서 언론이 ‘100만’으로 표현해온 것처럼 그 규모가 될 것 같다는 의견에 맞장구를 친 것이었다. 일부 신문에서 이 표현을 문제 삼는데 MBC와 좋지 않은 관계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사주 일가 문제 등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비판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전하며 “MBC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란 걸 인정하고 이후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당시도 MBC 뉴스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했고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후배들 중에도 너무 판단을 쉽게 한 거 아니냐고 해서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강성 이미지를 말씀하시는데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제가 굉장히 실용적이고, 성과중심이란 걸 안다. 뉴스를 제대로 만들자고 한 거고, 후배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됐으며 오후 6시께 종료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당초 예정됐던 시민참여단 운영은 취소됐지만 후보자들의 정책발표와 질의응답 등 투·개표를 제외한 면접 전 과정이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날 선임된 MBC 대표이사는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참석하는 MBC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며, MBC 주주총회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MBC임원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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