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번영의 열쇠 '신문업의 본질'에서 찾아야"

[2020 신년사]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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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안녕하십니까. 이종환입니다. 2020년 흰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이 밝았습니다.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서울경제 가족들이 이렇게 손을 맞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니 새해가 왔음을 더욱 실감합니다.


서울경제 가족 여러분, 지난해 어려운 국내외 경제와 언론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내실을 다졌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경영자로서 아쉽고 미흡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또 한 걸음 나아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한 해 고생한 서울경제 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경 가족 여러분,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는 북미 대결 국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경제 환경은 더욱 암울합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4%를 전망했지만, L자형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도 여전합니다. 서울경제가 2020년을 ‘격동의 해’로 규정하고, 경제·정치·외교안보·사회·국제 등 총 5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내다보는 신년 기획을 마련한 것은 그만큼 시대적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미디어 산업은 어떻습니까.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이젠 신문업의 기반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독자들은 더 이상 아침까지 기다려 뉴스를 읽지 않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유튜브 등 이른바 소셜 플랫폼엔 뉴스와 유사한 성격의 시사적 정보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담당했던 뉴스 생산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맡으며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습니다. 독자들은 이제 24시간, 다양한 경로로 수많은 뉴스에 노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 환경을 포용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신문사들은 살아남겠지만 종이신문에 집착하고 미련을 두면 결국 사라지는 운명에 처할게 분명합니다. 아마 머지않은 시일 안에 이 같은 전망은 현실이 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 수년간 제가 강조해왔듯이 우리는 생존과 번영의 열쇠를 ‘신문업의 본질’에서 찾아야합니다. 신문이 ‘종이신문을 잘 만들어 배달하는 업종’에 머문다면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업의 본질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정보를 만드는 방식과 전달하는 매개체가 어떻게 달라지든,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서울경제는 지난 1960년 창간 이래 모든 역량을 명품 종이신문을 만드는데 쏟아 부어왔습니다. 저 역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알고,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언론사들마다 변화의 폭과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디지털 혁신’, ‘온라인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큰 물줄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독자들의 뉴스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뉴스의 취재·제작·유통의 중심축을 신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디지털 DNA를 뿌리내리기 위해 조직과 인력 운용방식을 개편하고 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모바일 중심으로 급속한 재편은 필연적입니다. 우리 서울경제 구성원들도 이런 인식들을 공유해야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시작한 통합 CMS 구축 작업을 마무리, 컨텐츠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 친화적으로 전면 개편함으로써 서울경제 조직의 디지털 지수를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PC와 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을 순차적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디지털 뉴스 소비의 무게 중심이 디지털과 모바일, 동영상으로 이동함에 따라 현재 서울경제 뉴스는 자체 서비스를 비롯, 포털과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sedaily.com)는 물론 네이버 채널, 유튜브 서울경제썸 등 디지털 서울경제의 구독자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창간호부터 서울경제의 모든 기사와 지면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는 2022년까지는 완료할 계획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신문 서울경제의 사료적 가치와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경 매출 가운데 약 90%가 종이신문을 기반으로 한 광고·협찬 비즈니스에서 발생합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하다는 것은 외생 변수에 취약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매출 구조 다변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에도 ‘신사업’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은 계속됩니다. 2017년 전략기획실 산하에 사업부가 신설된 뒤 2년 전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를 출범시켰습니다. 외부 전문가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작업은 수익 다변화와 함께 ‘100년 기업 서경’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입니다. 외부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4050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규 버티컬 브랜드 ‘라이프점프’를 조만간 론칭합니다. 머지않은 시점에 서울경제 가족에 설명할 기회를 갖겠습니다.


서경 가족 여러분, 제가 줄곧 도전과 변화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신문 위주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생존전략을 짜는 것이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땅’을 포기하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가뭄을 능히 견디는 법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수익 플랫폼인 종이신문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명품신문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됩니다. 각자 위치에서 신문 부수 확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서울경제 창간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1960년 백상 장기영 선생은 선진국의 ‘경제 저널리즘’에 주목하고 국내 첫 경제지로 서울경제를 창간했습니다. 우리 서울경제는 오는 8월 ‘제2의 창간’을 선언하고, ‘100년 기업 서경’의 청사진을 공개할 것입니다. 숙원 사업이었던 사사편찬도 매듭을 지을 계획입니다. 시장경제의 옹호자이자 감시자, 경제정책 수립의 조언자와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신문을 만들어 나갑시다.


서경 가족 여러분,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서울경제가 어떤 언론사가 되길 꿈꿉니까.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로 ‘실천’입니다. 눈앞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지듯 행동 없는 꿈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저는 서울경제를 작지만 강한 조직, 대한민국의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명품언론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그려 왔습니다. 제가 임직원 여러분에게 약속한 변화들 가운데는 계획대로 달성한 것들도 있고, 아직 미치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저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해 왔다는 점입니다. 말로만 하는 변화에 머물러서는 절대 원하는 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서경 가족 여러분, 변화의 주역은 바로 우리 스스로임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행동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빌며, 가정에도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2020년 1월
이종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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