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멀어지는 고래… 그들 찾아 오지로 간 기자들

[인터뷰] 책 '고래를 찾아…' 발간 홍상순·설태주 울산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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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래를 찾아 떠나는 오지여행’을 쓴 홍상순, 설태주 울산MBC 기자(왼쪽부터)를 지난달 29일 울산MBC 사옥에서 만났다.

▲책 ‘고래를 찾아 떠나는 오지여행’을 쓴 홍상순, 설태주 울산MBC 기자(왼쪽부터)를 지난달 29일 울산MBC 사옥에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래 문화가 남아있다는 울산. 그만큼 홍상순, 설태주 울산MBC 기자에게 고래는 친숙한 존재다. 고래 불법 포획, 돌고래 학대 등 고래 문제를 꾸준히 알려왔던 두 기자가 울산 앞바다에서 태평양, 북극해로 눈을 돌렸다. 홍상순 기자는 울산 어린이 테마파크에서 상영할 360°VR, AR 고래 영상을 찍기 위해, 설태주 기자는 고래 문화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고래’ 제작을 위해 촬영팀을 이끌고 고래를 찾아 떠났다.


“수족관 돌고래 쇼 문제, 울산 밍크고래 불법 포획 등을 보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바위 그림이자, 지금은 울산에서 볼 수 없는 향고래, 귀신고래, 혹등고래의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있는 고래를 망라하는 자료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고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죠.”(설태주)


“온순하고 똑똑한 고래들이 인간들이 자신들을 먹이로만 취급한다는 걸 학습해 자기만의 영역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고래는 점점 인간과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떠난 지역 대부분은 한국에서 이틀 정도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두 기자가 2017~2018년 고래를 찾아 떠난 곳을 합하니 멕시코 바라칼리포르니아, 통가 바바우, 페루 나스카, 러시아 추코트카 로리노, 미국 알래스카 등 총 14개 나라, 19곳이었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귀신고래, 대왕고래, 혹등고래, 고래상어 등을 만난 경험을 엮어 여행책 <고래를 찾아 떠나는 오지여행>을 발간했다.


큰 덩치에 비해 수줍음이 많은 고래를 보기 위해 8시간 동안 꼼짝없이 배 위에 있어야 하는 건 다반사였다. 그렇게 고생해 만난 대왕고래를 보고 홍상순 기자는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고래는 숨을 쉬러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우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바로 잠수해 버리더라고요. 고래의 모습은 아름답고 생경했지만, 충분히 숨도 쉬지 못하고 잠수하는 고래에게 미안했어요.”(홍상순)


책 곳곳에 직접 찍은 영상의 QR코드를 넣은 것도 이들의 경험을 생생히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현지에서 찍은 고래 영상들은 ‘hello whale’(헬로 웨일)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고래 크기가 14m, 30m라고 설명해도 감이 안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영상을 본 사람들이 ‘정말 크구나’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바다 속 고래를 찍은 360°VR 영상은 그냥 봐도 좋지만, HMD 장비를 쓰고 보면 고래랑 눈이 마주친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에요.”(홍상순)


책에는 고래 여행 정보뿐 아니라 원주민 고래잡이 문화를 소개하고 무분별한 고래생태관광 등 여행을 하며 기자들이 발견한 문제의식도 함께 담겨있다. “대부분 고래잡이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고래잡이는 인류가 나타나면서부터 시작했어요. 실제로 원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먹을 만큼만 잡고 그 이후에는 잡지 않죠. 고래 개체 수가 적어진 이유는 유럽인을 중심으로 고래를 내다 팔기 위해 마구잡이로 포획했기 때문이에요. 정부와 환경단체가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고래잡이를 금지해버려 결국 원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고 가족이 해체된다는 문제를 발견했어요.”(설태주)


두 기자의 ‘고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싱가포르에 열리는 콘텐츠 마켓에 가는데, ‘고래’ 다큐를 포함해 울산MBC의 고래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헬로 웨일’ 유튜브 채널에도 울산MBC가 갖고 있었던 고래 콘텐츠를 재가공해 선보일 겁니다. 고래 문화라는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알리는 게 지역 기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홍상순)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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