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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은 잠시 잊고... 기자들의 각양각색 여름휴가 사용법

김달아 기자2019.08.16 14:51:39

"작년엔 무작정 쿠바로, 올해는 요르단·이집트!"- 김광일 CBS 기자


“그럼 쿠바는 어때?” 친한 선배의 한마디에 김광일<사진> CBS 기자는 무릎을 쳤다. 사건팀 바이스로 일하며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질려있던 지난해, 그는 철저하게 혼자일 수 있는 여름휴가지를 찾고 있었다. 입사 이래 처음 갖는 2주간의 휴가를 거기서 다 보낼 참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먼 나라 쿠바에서라면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해 여름 김 기자는 무작정 쿠바로 떠났다. 가방엔 옷가지, 가이드북, 체게바라 평전과 함께 블루투스 키보드, 액션캠도 들려있었다. 쿠바도, 2주 여름휴가도 처음이라 이 여정을 기록해두기 위해서였다. 쿠바에 도착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고독을 누리겠다는 다짐은 와르르 무너졌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퀴퀴한 악취 속에서 만난 이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여행은 혼자가 아니라 내내 함께였다.


“쿠바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혼자 온 여행자들이 모여 이만큼 돈독하게 지낼 수 있는 덴 여기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실 휴가라기보다 수습시절 경찰서 돌 때 만큼 힘들었거든요.(웃음) 함께 여행한 분들 덕분에 재밌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어요.”


김 기자는 쿠바에서 2주간 매일 써내려간 글을 바탕으로 이달 초 여행에세이 <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를 펴냈다. 직접 찍은 현장 영상도 QR코드를 통해 전한다. 올해 여름휴가엔 어쩌면 더 무모한 요르단과 이집트로 향한다. 이번엔 회사 동기이자 동갑내기 절친과 함께다. “평소 중동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픈 욕심도 있었어요. 여긴 가이드북도 없는데…긴장 반, 설렘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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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무감 일시정지… 맘껏 읽고 걸으며 힐링" - 양선아 한겨레 기자


워킹맘 양선아<사진> 한겨레 기자에게 여름휴가는 ‘쉼’보다 ‘의무감’이었다. 휴가 때마다 두 아이에게 뭐라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를 늘 따라다녔다. 항상 여행을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멀리 가지 못해 안달했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올해 여름휴가는 달랐다. 엄마라는 의무감과 강박감도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맘껏 책을 읽었고 걷고 싶은 만큼 걸었다. 업무와 관련 없는 에세이집·소설책을 보거나 좋아하는 과자 한 봉지 들고 찬찬히 산책하는 이 순간. 양 기자가 오랜만에 느낀 진정한 휴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체험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다니곤 했어요. 돌아보니 휴가가 아니라 또 다른 노동시간이더라고요. 이제 두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으로 어느 정도 컸으니 진짜 휴가를 즐겨보고 싶었던 거예요. 혼자 도서관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운동하는 게 어찌나 꿀맛이던지. 이번엔 제대로 쉰 것 같아요.”


얼핏 보면 평범한 나날이었지만 무척 특별한 며칠이었다. 엄마이자 기자로 바쁘게 살던 일상을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며 행복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뒹굴거리는 것만으로도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긴 휴가를 낸 덕분에 개인시간을 보낸 뒤에도 양가 부모님까지 찾아뵐 수 있었다. “기자는 장시간 근로에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잖아요. 왜 휴가가 중요한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다른 워킹맘 기자들도 저와 같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휴가 때 읽을 책으로 <힘 빼기의 기술>을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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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H.O.T. 콘서트, 그 날만 손꼽아 기다려" - 한연희 YTN 기자


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한연희<사진> YTN 기자는 올해 여름엔 ‘오빠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여름휴가를 대신해 다음달 20~22일 열리는 H.O.T. 콘서트를 다녀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는 2001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17년 만에 재결합해 그 시절 소녀팬들을 울고 웃게 했다. 이번 콘서트는 완전체로 돌아와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다. 티켓 판매 7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만큼 여전히 탄탄한 팬덤을 자랑한다.


HOT의 오랜 팬인 한 기자는 3일간 열리는 콘서트 티켓을 모두 손에 넣었다. 티켓 세 장 값을 합하면 동남아 인기 휴양지 항공권과 맞먹는다. “올해는 딱히 가고 싶은 데가 없어서 휴가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어요. 마침 콘서트가 열리고 티켓도 비싸니까, 여름휴가 가는 셈 치려고요.(웃음)”


한 기자에게 HOT 콘서트는 인생에서 손꼽을만한 이벤트다. 어렸을 때부터 HOT를 좋아했지만 지방에 살아 공연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았다. 17년이 흘러 지난해 오빠들이 다시 함께 무대에 오른 모습을 직접 보고선 ‘어릴 적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왈칵했다. 이번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어른이 된 내가 서울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오빠들 콘서트를 다 간다니!


기다리던 콘서트가 다가오고 있지만 통일외교 담당인 그는 요즘 티켓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북미 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콘서트는 금~일 저녁시간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커버해야할지 한치 앞도 모르는 게 기자일 아니던가. “지금도 마음은 소녀팬인데, 이젠 오빠들보단 일이 더 중요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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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취소하고 타이베이, 예상보다 더 만족" - 박재훈 MBC 기자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여파로 일본 불매운동이 일면서 일본여행 취소 사례가 잇따라 보도됐다. 실제 지난달 일본여행상품 취소율은 25.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한국여행업협회). 박재훈<사진> MBC 기자 가족도 이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말 일본 도쿄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던 박 기자 가족은 여행을 불과 2주 앞두고 취소했다. 박 기자의 아내가 먼저 “거기서 돈 쓰고 싶지 않다”고 나섰다.


박 기자 부부가 일본여행을 취소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2일, 수출규제 조치 후 처음 열린 양국 실무회의에서 일본이 보인 태도였다. 회의 장소는 창고수준이었고 일본측은 우리측에 악수나 명함조차 건네지 않았다. 의도적인 홀대였다.


“그 장면을 본 아내가 취소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금 일본가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요.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인데 불편하게 보낼 순 없잖아요. 항공권, 호텔 모두 2월에 일찍 예약했는데. 수수료 아까워도 어쩔 수 없었죠 뭐.”


일본 대신 택한 곳은 대만 타이베이. 성수기에 급히 예약하느라 들인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내고 왔다. 잘 구축된 관광 인프라, 중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 다양한 음식, 온천까지. 일본여행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가볼 생각도 못했을 여행지다.


“모든 국민이 일본여행을 취소하거나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가족은 하나의 선택을 했을 뿐이고요. 일본 불매운동 국면에서도 각자의 선택이 보장되고 존중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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