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언론 "규제품목 1건 수출 허가… 한국 반일 여론 의식"

[기고]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일본 언론들 어떻게 보도했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부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부교수.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관련 제품 1건에 대한 수출 허가를 지난 8일 내줬다. 지난달 4일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 한 달여 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 일주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마치 수출금지 조치가 실시되고 있는 것처럼 부당하게 비판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수출허가를) 공표하게 되었다”며 “엄정한 심사를 통해서 안전보장상 우려가 없는 거래라는 것이 확인된 신청에 대해서 허가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수출금지가 아니라 수출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 발표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수출허가가 한국의 반일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9일 “수출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한국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측 과잉반응의 침정화를 노리려고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했다. 이에 비해 산케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허가는 수출규제를 엄격화한 것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문제가 지소미아 등 한일간 안전보장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마이니치는 <한국 수출 일부 허가. 징용공 대응 촉구 노려. 일본 예외적으로 공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수출금지’ 주장에 초점을 맞춰 어디까지나 ‘수출관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측에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 정부가 정당한 절차를 밟으면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아사히는 “수출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고, ‘제3탄’의 수출규제도 있을 수 있다는 무언의 경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3개 품목 외에도 부적절한 사례가 나오면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취하겠다”는 세코 경제산업상의 발언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품목 외에도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부적절한 사안이 발견된다면 3년간의 허가를 한 번에 받는 ‘포괄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 신문들이 일본의 보복조치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양국 정부의 실무회의를 1면 등에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일본 신문들이 일본의 보복조치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양국 정부의 실무회의를 1면 등에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자세와 달리 지방지를 포함한 대부분 일본 신문은 한일 양국의 대립을 바라지 않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 100개 신문과 50개 잡지의 클리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ELNET에서 7월1일부터 8월12일까지 ‘화이트리스트’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46개 신문사가 모두 83건의 사설을 실었다.


이 가운데 수출 규제 등 일본 정부의 조치에 찬성하는 사설은 3개 신문에 그쳤다. <대한 수출 엄격화 부당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사다-산케이 7월2일>, <대한 수출 규제 엄격화 문정권은 신뢰에 걸맞는 행동을-요미우리 7월6일>, <한국에 수출규제 더 이상 우대할 이유가 없다-홋고쿠신문 7월6일>, <대한 수출 엄격화 문정권의 일본 비판은 엉뚱하다-요미우리 7월17일)>.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아베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부정적인 뉘앙스의 사설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산케이의 3일자 사설 <화이트리스트 제외, (한국의) 어리광을 끊을 타당한 판단이다>를 제외하면 한일 양국의 자제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사설이 대부분이다.


<양국의 대립을 피해야 한다>, <양국의 무역 보복의 악순환은 미래가 없다>, <양국은 감정을 억누르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외교로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된다>, <양국민의 국민감정의 대립을 선동하지 말라>, <(양국 대립은) 북한만을 득보게 한다>, <전망 없는 진흙탕이 우려된다>, <한국 우대 제외 출구는 보이는가> 등등의 제목들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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