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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관심없는게 아니라 '당신들'이 만든 뉴스가 재미없던거야"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진짜' 뉴미디어가 왔다

김고은 기자2019.07.17 13:23:11

인터넷과 함께 성장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며, 모바일 라이프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혹은 Y세대. 흔히 1980년대 초에서 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컬으며, 2030세대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이 사회 변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 혹은 올드미디어로 통칭되는 기성 언론들이 가장 취약한 세대가 바로 이 밀레니얼이기도 하다. 2030을 잡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 ‘구애 작전’의 실패에는 밀레니얼에 대한 크고 작은 오해들도 영향을 미쳤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게으르고 열정도 없고 사회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어” 같은 레퍼토리 말이다. 이런 편견들이 밀레니얼과의 상호작용을 가로막는 동안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지지를 받는 뉴스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말한다. 밀레니얼은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만드는 뉴스에 관심이 없는 거라고.


최근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미디어는 단연 ‘뉴닉(NEWNEEK)’이다.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를 표방한 뉴닉은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란 발칙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첫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한 이래 7개월여 만에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트(NEWT)’도 최근 ‘밀레니얼을 위한 정치 뉴스레터’를 콘셉트로 한 ‘폴리티카’를 오픈했다. 뉴트는 폴리티카 오픈 소식을 알리며 “이제 낡은 뉴스 문법이 아니라 새로운 뉴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변화를 바라는 밀레니얼 유권자의 동료가 되어드리겠다”라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뉴닉과 뉴트는 뉴스레터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서 미국의 ‘스킴(Skimm)’과 유사하며,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2017년 밀레니얼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릴리(The Lily)’도 연상시킨다.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논픽션 스토리채널’로 탄생한 닷페이스나 SBS의 뉴미디어 브랜드 ‘스브스뉴스’가 대표적이다. ‘밀레니얼 뉴스테인먼트’를 표방한 스브스뉴스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20대가 주축으로 현재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합산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또 하나 주목할만 한 것은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다. 듣똑라는 중앙일보의 밀레니얼 여성 기자 3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지난 2015년 ‘청춘 라디오’로 시작해 기자들이 ‘가욋일’로 제작해오던 듣똑라는 올해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교양 토크쇼’로 브랜딩을 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애플 아이튠즈 전체 팟캐스트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고,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 시사 분야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주 5회 방송되는 듣똑라는 월~수엔 시사 이슈를, 목~금엔 인터뷰를 방송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이나 카드뉴스를, 유튜브에는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브이로그’를 올리고, 매주 금요일엔 한 주 간의 주요 기사와 개념정리 요약, 다음 주 방송 예고 등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밀레니얼 독자들의 뉴스 이용 패턴을 생각해 하나의 ‘사이클’을 만들어낸 셈이다. 지난 11일에는 흩어져 있는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으기 위해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이들 밀레니얼 미디어의 공통점은 만드는 주체도, 이용자(독자)도 밀레니얼 세대이거나 그에 가깝다는 점이다. 세대가 같다고 해서 꼭 같은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의 폭은 넓은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사를 알기 위해 크게 애쓸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신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관계’다. 듣똑라의 이지상 기자는 “기자 생활을 8~9년 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독자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상태인 것 같다”며 “1대1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미디어들은 뉴스레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뉴닉은 뉴스레터의 형식과 문체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독자 의견을 묻고 또 물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타깃으로 젠더 매체를 준비 중인 한겨레도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다. 진명선 한겨레 젠더팀장은 “기사는 기자가 먼저 ‘야마’를 잡고 쓰는 톱다운 형식이지만, 소셜에서는 바텀업으로 오디언스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미디어가 ‘말랑말랑한’ 아이템만 다루는 건 결코 아니다. 밀레니얼에겐 ‘재미’만큼이나 ‘의미’가 중요한 가치다. 이들이 ‘딱딱한’ 뉴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편견과 달리, 밀레니얼 미디어가 다루는 ‘경성뉴스’들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듣똑라에선 미중 무역전쟁, 사법농단 사건 공판, 노동자 파업 등을 다루고 뉴닉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그리스 총선 결과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집배원 노조 파업 철회에 대해서는 원래의 요구안과 합의안을 비교해서 요약해주고, ‘초록창(네이버)에서 못봤던 뉴스’를 전하기도 한다. 폴리티카는 16일 발행된 최저임금 관련 뉴스레터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의미와 쟁점, 언론 보도 분석,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30여년에 걸친 타임라인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파편화되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컨텍스트(맥락)가 중요한 뉴스 혹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뉴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정해진 소식이 아니라 필요한 뉴스”를 만들고 “뉴스를 보다 사려 깊고 사회적인 콘텐츠로 만든다”.


‘그렇다면 수익모델은?’이라는 의문이 당연히 뒤따른다. 이들 밀레니얼 미디어 중에 뚜렷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곳은 아직 없다. 레거시 미디어 기반의 스브스뉴스가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닷페이스가 유료 멤버십 ‘닷페피플’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매체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다. 하지만 밀레니얼 미디어들은 타깃이 명확한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듣똑라는 높아진 인기에 힘입어 최근엔 현물 협찬 외에 광고 제안도 많아졌다. 에피소드 후원이나 정기 후원도 꾸준히 늘고 있고, ‘공짜로 듣기 미안하다’는 독자들의 후원이나 굿즈 제작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듣똑라의 김효은 기자는 “진정성을 알아주신 것 같다”고 말한다. “밀레니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정성인 것 같다. 뉴스 자체만이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서 만들고 있다. 그게 뉴스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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