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제보영상 열람 등 엄격 관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어

['기자 단톡방' 사건 통해 본 현실]
MBC, 일정기간 지나면 삭제돼
SBS, 부장·데스크만 접근 권한
YTN, 모자이크 처리본만 공유

관련 보도지침·직업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사내교육 뒷받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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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단톡방? 정준영이랑 다른 게 뭐죠?” “억울함을 밝혀줘야 할 기자들이 피해자 사진을 돌려보며 2차 가해를 하고 성매매업소를 출입하다니…”


불법촬영물과 성매매 정보 공유로 논란을 빚은 이른바 ‘기자 단톡방’ 사건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다. 시민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은 지난달 기자와 PD 등이 다수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오픈채팅방에서 불법촬영물과 성범죄 피해자 신상정보 공유 등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해당 단톡방 참가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과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DSO에 따르면 문제의 단톡방에서 대화 참가자들은 ‘김학의 동영상’이나 ‘버닝썬 영상’을 요청하고, 실제로 불법촬영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사진을 주고받거나 외모 품평을 하는 2차 가해도 빈번했다.


비록 실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 성범죄와 비윤리적 행위에 일부 언론인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난 여론은 거셌다. 언론이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사건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건팀 기자들을 대상으로 자료 유출 여부를 자체 조사한 언론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게 주요 언론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CCTV 화면과 제보 영상을 많이 다루는 방송사의 경우 까다로운 영상 관리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투권 YTN 사회부장은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의 경우 원본은 보도국장도 못 봤고, 담당 기자 등 직접 보도에 관여한 5~6명의 극소수만 확인했다. 진하게 모자이크 처리해서 방송에 사용한 최종 영상만 공유 시스템에 올려놨기 때문에 원본 영상은 공유할 방법이 없다”면서 “한 마디로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명확한 내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서 영상 인제스트를 최소한만 한다거나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사내 정보를 유출할 경우 사규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BS도 ‘정준영 단톡방’과 버닝썬 사건을 보도하면서 관련 자료에는 해당 부장과 데스크 등 최소한의 인원에만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버닝썬 성범죄 영상은 아예 뉴스에 내보내지도 않았다.


MBC 역시 불법촬영 영상물은 방송에 쓰지 않기 때문에 인제스트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버닝썬이나 승리 단톡방과 관련해 적나라한 영상을 많이 제보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방송에 낸 적 없을 뿐만 아니라 보관도 않는다”고 말했다. MBC는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관된 영상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영상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전 보도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젠더 이슈와 언론 윤리 등 저널리즘 관련 이슈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박 국장은 “기자들에게 특종 10개도 좋지만 사고 안 나는 게 중요하니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늘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다. 때문에 관련 보도지침과 직업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언론사에서 취재할 때 공유하는 수많은 증거자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또 어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자들을 교육하는지 궁금하다”며 “이것은 단지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성폭력이나 여성 관련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직업윤리에 해당한다. 언론사에서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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