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단톡방 사건' 개인적 일탈 치부해선 안돼"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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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강간문화의 카르텔: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강간문화의 카르텔: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 토론회가 열렸다.


“터질 일이 터졌을 뿐, 새로울 게 없다.” 기자, PD 등이 오픈 채팅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불법 촬영물과 성매매 정보 등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기자 단톡방 사건’에 대해 ‘강간문화의 카르텔: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 9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여성민우회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기자 단톡방 사건을 트위터에 최초 폭로해 공론화한 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의 고이경 활동가는 성범죄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만 치부하는 언론계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17년 기자들이 단톡방에서 여성을 성희롱한 사건이 있었는데, 징계 수위는 감봉, 근신이 고작이었다”며 “이때도 이 단톡방은 존재했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성찰과 자정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단톡방이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활동가는 개인정보보호 윤리의식이 부족한 취재 관행도 비판했다. 그는 “교육기관 조교들조차 법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강의를 이수하고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며 “기자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님에도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다루며 기사화한다. 언론사 내규에 개인정보 교육을 꼭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숙 동아대 교수는 “기자 단톡방 사건은 언론계 내에 성적 폭력이 은밀하고도 무감하게, 일상화될 위험을 시사한다”며 “모바일 메신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성 착취적인 대화는 기록으로 남고, 빠르게 공유되고 지속적으로 이들의 일상에 파고든다. 온라인 공간의 혐오적 대화의 특성에는 혐오 행위 범죄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이 굉장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언론이 그동안 ‘강간문화’에 대한 방조자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강간문화는 강간과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이 정당화되고 때로는 세금이나 죽음처럼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전의 취재 환경은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압도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언론인들은 취재를 빌미로 특정 정보를 얻기 위해 취재원이나 정책결정자들이 드나드는 기생집, 룸싸롱에 출입했고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를 방조했다”고 말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은 정준영 단톡방 피해자의 직업을 공개하고 '김학의 동영상'에 나온 피해자의 실명을 보도했다가 삭제한 채널A의 사례를 제시하며 편집국 내부의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의사소통 문제를 짚었다. 이 부소장은 “기자 개인이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내부 의사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에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부 합의를 통해 기준을 세우고 왜 문제 제기할 수 없는 구조인지 조직문화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 단톡방 사건에 대해 “결론은 불법행위라는 점이다. 수사 기관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언론인들은 정보 공유 명목으로 나누는 단톡방에서 개인정보침해나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디지털성범죄아웃(DSO)는 10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단톡방 참가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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