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안 찍어봤던 기자들의 '영상 도전기'

활자 기사는 논리가 중요한데, 영상선 '전체 맥락'이 키포인트
"처음엔 얼굴 드러내기 어색… 기사 재료 모으는 데 도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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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나온 제 모습이요? 끔찍하죠. 하하하. 제 얼굴인데도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자주 짓는 표정이나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도 영상 보고 처음 알았어요.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부딪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조원일 한국일보 기자는 요즘 카메라 앞에 선다. 편집국에서 디지털콘텐츠국으로 자리를 옮겨 자사 디지털 영상 브랜드 ‘오리지너’의 기획·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한정된 매수와 정형화된 기사형식 탓에 지면이 좁게 느껴졌다는 그는 기자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조 기자는 “영상과 글은 전개 방식 자체가 다르다”면서 “글로 기사를 쓸 땐 논리구조를 빠짐없이 채워야한다고 훈련받았는데, 영상은 전체적인 맥락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화면의 톤이나 전환 방식, 속도 같은 요소가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 보편화하면서 영상에서 활약하는 ‘비영상 매체’ 기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 2년새 영상이 디지털의 핵심으로 떠올라 이들의 경험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경제 디지털 브랜드 ‘썸’에서 영상을 제작했던 정순구 기자는 “신문기사는 스트레이트, 박스, 메인처럼 획일적인 형식이지만 영상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며 “기사와 다르게 대중이 내 영상을 얼마나 보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영상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혜진 매일신문 기자는 영상이 주는 생동감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편집국에 있을 때 글로써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늘 아쉬움이 컸었다. 올 초부터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현장출동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이 기자는 “영상은 냄새를 제외하고 현장의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며 “소리, 빛, 배경, 자막 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비디오뉴스 ‘머플러’팀에서 3년간 일하다 이달 편집국에 복귀한 박광범 기자도 영상 경험에 만족감을 표했다. 박 기자는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서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며 “더 많은 기자가 영상에 도전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순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계 전반이 디지털 영상을 강조하다 보니 출입처부서 기자들의 영상 출연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했던 노지원 한겨레 기자는 ‘현지 취재기를 브이로그(Vlog)로 찍어보자’는 사내 영상팀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노 기자는 “회사가 영상 제작을 활발하게 하는 상황인 데다 독자들에게 대형 이벤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면 영상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며 “처음엔 얼굴을 드러내는 게 어색했지만, 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과정이 신문기사를 쓰기 위한 재료를 모으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홍영선 CBS 경제부 기자는 경제이슈를 쉽게 설명하는 영상 ‘홍기자의 쏘왓’을 매주 선보이는 중이다. ‘경제기사는 너무 어렵다’는 문제의식, 뉴스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뉴스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상에 도전했다. ‘쏘왓’ 콘텐츠는 영상뿐 아니라 CBS 라디오방송, 디지털 기사(노컷뉴스)로도 유통된다. 올해 9년차인 홍 기자는 “예전엔 기사 조회수만 신경 썼는데 영상을 시작한 이후 댓글이나 공유 횟수까지 살펴보게 된다”면서 “연차가 쌓일수록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일회용 기사’는 쓰고 싶지 않더라. 좋은 콘텐츠는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서울살롱’을 담당하는 명희진 기자는 언론사들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더 깊고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들 ‘영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콘텐츠로 신문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신문사가 가야 할 방향이 영상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명 기자는 “자사 콘텐츠를 영상으로 재가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을 보여줘야 유튜버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문이 영상에서 다음 먹거리를 찾으려면 당장 구독자 수에 연연하기보다 더욱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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