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P가 애플 뉴스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 25일(현지시간)은 애플 역사에 의미있는 날로 기록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기기를 약 20억대 넘게 판매한 애플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꼽고 이를 발표한 날이었다. 애플은 회사 체질 개선의 중요한 축으로 ‘뉴스’를 꼽고 팀 쿡 CEO가 새 서비스 ‘애플 뉴스 플러스’를 직접 소개했다. 9.99달러를 내면 월스트리트저널(WSJ), LA타임즈의 유료 콘텐츠와 300여개 잡지를 구독해서 볼 수 있다. 팀 쿡은 “우리는 저널리즘의 힘을 믿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빠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NYT 및 WSJ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NYT, WP는 긴 시간 뉴스 공급 협상을 벌였다. NYT의 최종 결론은 “노(NO)”였다. 마크 톰슨 NYT CEO가 로이터 인터뷰에서 직접 “안들어갈 것이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당분간(아니면 앞으로 계속) NYT를 애플의 유료 뉴스앱에서 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NYT 없는 애플 뉴스 플러스’는 디지털 저널리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2008년 아이폰 앱스토어를 공개할 때, 2010년 아이패드를 공개할 때 가장 먼저 내세웠던 앱이 ‘뉴욕타임즈’였다. 모바일 기기에서 언제나 양질의 저널리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애플), 신문과 PC에서 벗어나서 독자에게 뉴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도(NYT)가 결합됐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NYT의 퀄리티 기사와 함께 고화질 사진, 인터랙티브 동영상이 결합된 뉴스는 이용자를 매혹시키기 충분했다. 일부 애플 앱은 유료로 받긴 했지만 뉴스 앱은 대부분 공짜였고 기사도 무료였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이 시기부터 공격적으로 뉴스를 긁어가서 장사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들은 이용자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클릭수를 끌어올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했다.


하지만 언론사는 이용자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고 광고 외에 이용자 정보를 통한 추가적인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언론사에 남은 것은 ‘정리해고’였다. 지난 15년간 미국에서 1800개의 신문이 폐간했으며 2001년 신문 산업 종사자는 41만2000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16만6000명으로 줄었다.


NYT는 이제 이용자를 모아 직접 과금하고 제한적이나마 이용자 데이터를 모으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YT의 지난해 4분기 디지털 구독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 늘었고 전체 구독자 상승(총 430만명)을 가져왔다. NYT는 2025년까지 구독자 1000만명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 맞서 가입자를 직접 유치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소위 D2C(Direct to Customer)는 현재 미디어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힘이다. 온라인 구독을 더 쉽게 하는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부쩍 커진 스마트폰 화면은 종이신문 칼럼 크기의 뉴스를 스마트폰에서 제공한다.


구글 어시스턴트 및 아마존 에코(알렉사 기반) 등 음성 스피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D2C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는 기존 세대(베이비 부머, X세대)에 비해 디지털 구독 서비스에 대한 저항이 적다. 온라인 뉴스에 지불 의사가 있는 사람은 2009년 9%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6%로 늘어났으며 그 욕구는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에 가장 강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 디지털 재화 등을 유료로 구입해 왔다.


NYT의 ‘탈애플 선언’은 언론사가 실리콘밸리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겠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기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성숙했다.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25일은 디지털 저널리즘 역사에도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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