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없으면 뭔가 허전한… '약방의 감초' 오늘의 운세

"고정독자 의외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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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재물과 명예가 한번에 들어온다.”(한국일보), “71년생 겉포장이 내용보다 중요.”(조선일보), “83년생 마음을 열고 대화하라.”(서울신문), “95년생 작은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세계일보)


지난 8일자 주요 일간지에 실린 돼지띠 ‘오늘의 운세’다. 시대와 동떨어지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코너는 꿋꿋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일정 지면을 계속 할당하는 신문사에서도, 없애버린 곳에서도 이유는 ‘독자’다. 신문 한 구석, 있는 듯 없는 듯 유지되는 이 콘텐츠에서도 ‘만드는 이’의 고민은 작지 않다.


2019년 국내 상당수 주요 일간지에선 여전히 ‘오늘의 운세’ 코너가 유지되고 있다. 기자협회보 조사결과 서울신문·세계일보·한국일보는 본지에, 동아일보·매일경제·조선일보·중앙일보는 별도 섹션지에 띠별 운세를 싣고 있다. 반면 운세 코너가 없는 신문사들도 있다. 국민일보·경향신문·한겨레신문·한국경제·서울경제 등에선 ‘오늘의 운세’를 찾아볼 수 없다. 경향은 2018년 1월1일자 “필자 사정으로 지난해로 게재가 종료됐다”는 공지를 낸 후부터, 한겨레는 창간 이래 해당 코너를 운영한 적이 없다.



‘오늘의 운세’를 유지하는 신문사와 그렇지 않은 곳 모두 고민은 ‘독자’로 귀결된다. 코너를 오랜 기간 이어온 한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은 고정 독자수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지 실효성을 판단해 바둑기보나 증권시세표 등 없앤 게 많다. 그때마다 항의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다. 누가 이걸 보나 싶은데 의외로 보는 분들이 많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지면으로 보다가 (코너가 없어지니) 연락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 (지면에서 없앨) 검토대상엔 올라 있지만 아직은 유지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30년차에 다가가는 한겨레 한 기자는 “기억으론 입사 전에도 후에도 운세를 실은 적은 없었다. 창간 때 한정된 지면으로 독자들에게 무엇을,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를 고민했던 터라 엔터테인먼트적인 건 배치를 안 했다. ‘운세를 보려고 보진 않을 텐데’ 생각한 듯 싶다”고 말했다.


띄어쓰기 제외 12~20자의 텍스트로 어려운 정치·경제·사회 뉴스 무더기 가운데 숨통을 틔우도록 하는 게 이들 콘텐츠의 역할이다. ‘용한(?)’ 철학원, 역술인에 요청하고 계약 등을 거쳐 며칠 혹은 일주일 단위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대중문화 담당 등 문화부 기자가 맡아 편집기자에게 전하지만 사별 차이는 있다.


신문 콘텐츠 기고자로서 역술인 등도 애환이 있다. 운세의 자세한 설명을 꼬치꼬치 요구하거나 전화를 걸어 대뜸 ‘내 건 왜 만날 나쁘냐’며 욕하고 끊는 경우까지 별일이 다 있다. 탄생월일이나 개인조건 없이 띠만으로 운세를 내는 데 어려움도 있다.


일간지에 10여년 간 운세 기고를 해 온 일월철학원장 일월선사는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신문을 보고 운세가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조심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독자들이 가능하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걸 목표로 좋은 방향으로 쉽게 표현해 쓰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별 전화가 다 오는데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한 어머니가 ‘아들이 공장 다니는데 조심하란 날은 조심하라고 등 두드려주고 그런다.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 그럴 때 보람과 함께 ‘참 까다롭다. 잘 해야겠다’ 느낀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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