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언론 사내 조사기구, 지나치게 폐쇄적 구조로 운영"

한국언론정보학회 '공영 언론의 혁신, 어디까지 왔나'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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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영언론들은 지난 정부 시절 왜곡보도와 부당인사 등을 조사하기 위해 사내 기구를 만들었다. MBC 정상화위원회,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 YTN 미래발전위원회, 연합뉴스 혁신위원회가 꾸려진 지 6개월에서 1년. 공영언론 정상화가 얼마나 진전됐는지 판단하고 혁신의 방향성과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세미나가 지난 24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공영언론의 혁신, 어디까지 왔나’ 세미나에서 원용진 서강대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내 조사 기구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언론 정상화 투쟁에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 방식이 지나치게 내부 위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조사 결과 또한 인적 청산에만 머물러 있다고 했다. 원 교수는 “공영언론 정상화 활동이 구조개혁이나 시스템 변화는 놓치고 있다”며 “언론 탄압과 관계없이 이뤄졌던 취재 관성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공영언론의 내부 혁신과 노력을 저널리즘 측면에서 살펴봤다. 윤 교수는 2017년 12월17~23일, 2018년 1월7~13일 2주간 KBS와 MBC 메인뉴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30위를 분석한 결과, 선정적 편집경향이 적지 않고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심층보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공영언론의 변화를 매출, 수익, 시청률과 같은 외적 성과로만 평가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겨났다”며 “시장에서의 실적이 아닌 저널리즘의 공적 책무에 관한 평가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사를 담당한 구성원들은 조사의 실질적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상황을 토로했다. 김철영 MBC 정상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불공정 보도를 주도했던 당사자들의 발뺌과 조직적 저항 때문에 인사 징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기구에 사법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며 "조사 대상자가 일부 야당 등 외부와 결탁해 조직적 움직임으로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연합뉴스 혁신위원회는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과거사 백서>를 발간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이희용 기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별도의 조사를 통해 백서를 발간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백서 발간이 졸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과거사 조사뿐만 아닌 인사 혁신, 조직 혁신, 콘텐츠 혁신안까지 담아냈다”며 “숙제를 끝냈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숙제 검사 또한 열심히 받겠다고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복진선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 단장도 인사 징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 단장은 “인사 징계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는 편성규약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복 단장은 “그동안 구성원들은 편성규약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며 “편성규약의 중요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지부진한 공영언론의 혁신을 위해 외부인사 영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과거의 기록을 디테일하게 확보하는 건 검·경도 쉽지 않다. 언론사 내부 구성원들에게 맡기기에 한계가 있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공영언론 정상화 혁신은 시민 참여 프로젝트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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