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운동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정책 ‘실종’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미디어개혁을 주도하고 실행해야 할 4기 방통위가 ‘정치종속’, ‘자본편향’, ‘관료주의’라는 3대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인권센터·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10개 미디어시민단체들은 지난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디어개혁 실종의 책임이 방통위에 있다며 “방통위는 시민과 시청자·이용자를 위한 위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방통위가 개혁을 방치하는 사이 미디어환경은 급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업논리에 휩쓸려 공공성을 살릴 마지막 불씨마저 사라질 거란 위기감을 느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7년 8월, 4기 방통위 출범에 맞춰 시청자·이용자 주권 회복을 위한 주요 개혁과제를 제안했으나 방통위는 어떤 응답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촛불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4기 방통위가 이전 방통위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시민참여형 등 다양한 논의기구들을 설치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미디어영역의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고 시민단체들을 단순히 들러리로만 보고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흐름들이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이전 방통위보다 더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규제 완화와 진흥에만 관심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시청자 의견 수렴 없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 완화만 놓고 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방송통신진흥원 같다”고 했다.
이에 10개 미디어시민단체들은 ‘미디어 시민주권 실현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 연말부터 공동 논의를 거쳐 11대 미디어개혁 과제에 대해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청자·이용자 권리 중심의 기구로 재편 △공영방송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무료보편적서비스 확대를 위한 지상파 정책 수립 △시청권 보장을 위한 광고의 투명성 강화 △방송스태프·방송통신노동자 권리 강화 △공동체라디오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체계 재구성 △유료방송 공적책무 부여 △성 평등한 미디어 실현 △강제적인 인터넷상 본인확인제도 폐지 △통신심의 축소,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시민·사회역량을 강화하는 미디어교육 지원정책 등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에 정식으로 의견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들은 “방통위가 시민사회의 제안에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성주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방통위는 시민사회에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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