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이번 서해교전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어찌됐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했고, 그래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재개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서해교전이 일어난 지 한달만에 긴장의 언덕길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서해교전을 보도했던 남측 언론들 사이에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분쟁이 번져가고 있다.
서해교전 발발 당시 남측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극명한 시각의 차이가 보였다. 일각에서는 ‘국론분열’까지 들먹이며 이에 대한 우려를 보일 정도였지만, 우리 내부에 엄존하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언론사들간의 시각 차이가 상호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어찌보면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강경론이든, 신중론이든 논지를 펼치는 과정에서 상충되는 부분에 있어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논쟁을 결코 나쁘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작금의 언론사들간에 다툼을 보면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펼쳐졌던 형국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느낌이다. 시청률이 좋지 않은 것은 ‘자해적 보도’를 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버림받은 결과라는 식의 멋대로 해석을 하는 모양새나, 문제 해결을 법원에 넘기는 것 역시 국민들에게는 얼마전 보아왔던 눈에 익은 모습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짓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내가 설정한 아젠다에 반기를 들었으니 손을 봐주겠다는 오만함도 엿보이고, 어떤 비판도 수용하지 하겠다는 용렬함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의견의 허실을 가려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권장할만하지만 최소한 지금의 모습은 그게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사간의 다툼에 냉소적인 시각을 지닌 국민이라면 이번 역시 이전투구로 무시해버리기 십상이다. 일견 이를 흥미롭게 보는 시각이 있다면 언론사들의 폐쇄성과 동업자 의식의 울타리는 아직도 여전하니 좀 더 싸워보라고 독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호 비평의 장에서는 정확한 팩트와 판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매체비평이 상대사 흠집내기나 사적 수단으로 빠질 경우 국민에게는 또다른 정치판을 보는 듯 염증만 부추길 뿐이다.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