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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문구’에 녹아든 기자의 고민과 진심

각양각색 소개글 들여다보니

최승영 기자2018.12.05 14:24:32

자기소개는 어렵다. ‘나’를 설명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은 법이다. 만일 이해시킬 대상이 독자나 시청자라면 어떨까. 최근 몇 년 간 기자들은 이 ‘식은땀’ 나는 요구를 받아 왔다. 언론사 사이트나 네이버 기자 페이지, 기자 개인 SNS 프로필의 자기소개 문구는 이 같은 대응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몇 가지 유형의 짤막한 소개들에선 독자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갈구하는, 또 독자에게 더 다가가려는 고민과 마음이 묻어난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표준형’이다. 일을 시작한 시기와 거친 부서, 현재 맡고 있는 일을 성실히 밝히고 옵션으로 각오를 덧붙이는 식이다. 김원장 KBS 기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95년부터 KBS에서 취재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부 편집부 경제부 국제부등에서 일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은 시사제작부서에서 일하며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1TV <사사건건>을 진행합니다. 가끔 경제관련 기사를 씁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 본인의 단독보도 등 경력을 더하는 활용도 가능하다. 문동성 국민일보 기자는 “사회부 소속으로 검찰에 출입하며 ‘에이미 검사’ 사건, 국가정보원의 채동욱 총장 아들 개인 정보 수집 사건,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 등을 단독 보도했습니다”라는 특이경력과 “글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망으로 살고 있습니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스스로를 낮추는 소개글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다. 이대희 프레시안 기자는 회사 기자소개 등에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라고 기재했다. 기자들로선 많이 와닿는, ‘웃픈’ 현실이다. 이 기자는 “10년 전쯤 회사 선배가 기자는 다 만난다며 해준 얘긴데 실제 해보니까 현실은 그렇더라. 5년 전쯤 네이버에서 기자프로필 바꿀 때 올린 것”이라며 “‘거지’란 단어 뉘앙스가 부정적인 것 같아 바꿀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관율 시사IN 기자도 이쪽에 가깝다. 학부 전공, 기자경력 등 정보값은 담고 있지만 ‘선비’ 스타일의 소개는 아니다. 천 기자는 “한자 싫어서 서양사학과를 갔으나 영어도 못해서 공부는 포기. 시사IN 기자. 08년 9월부터 정치팀. 14년 11월부터 사회팀. 쟤 노는 꼴은 더이상 못보겠다는 조직의 단호한 결단”이라고 트위터 프로필을 채웠다. 보직이 바뀐 이후 소개에서도 이 기조는 여전하다.


특수한 보직과 아울러 자신을 드러내는 ‘특기형’도 있다.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는 “SBS 날씨 지킴이, 맑은 하늘처럼 푸르게 살고 싶어하는 눈가 주름 많은 꽃중년입니다. 늘 한결같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멋진 인생 프로젝트 실현 중입니다”라고 했다. 기상 분야라는 특기와 자신의 가치관을 결합한 소개다.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도 “빛날 혁에 재주 재를 이름자로 쓰고 있습니다. 빛으로 재주를 부리며 살 팔자인가 봅니다. 평생 사진장이로 살라는 운명인가 보네요”라고 해 이 유형에 속했다.


기자로서 마음가짐이나 자신만의 잠언을 밝히는 ‘다짐형’도 상당수 기자들의 자기소개 방식이다. 김민정 서울경제 기자는 “따뜻한 마음, 합리적 의심. 함께 웃고, 우는 ‘진짜 전달자’를 꿈꿉니다. 그 시작은 늘 ‘현장’입니다”라고 했고, 라제기 한국일보 기자는 “Reading, Watching, Listening, Thingking and Writing”이라며 기자 본연의 업무를 적어 놨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어디가 아프십니까”라는 소개 글을 네이버 기자페이지에 적어둔 안병수 세계일보 기자는 “누구나 아픈 구석이 있지 않나. 사회 전체로 봐도 ‘쉬쉬’하는 것보다 드러내고 치유를 해야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거니까 ‘아픈 데가 있으면 저한테 보여주시라. 취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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